손의 고백 “저는 발보다 더럽습니다”

화장실-PC방서 담배 피우면 세균 덩어리 바로 입으로

요즘 저 때문에 난리들입니다. 신종 인플루엔자, 손발입병, A형 간염 같은 병들이

사람들을 ‘전염병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저를 잘 씻으라고 난리들이죠.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런 병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12만 마리나 살고 있으니 대충 씻어서는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죠.

저는 손입니다. 우리 몸에는 세균, 바이러스가 사는 곳이 많지만 저 만큼 세균,

바이러스가

많이 머물고 또 계속 새 식구들이 들락날락하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발이 저보다 훨씬 더럽다고 하지요. 저를 만지라면 얼마든지 만지지만 발을 만지라면

기겁을 합니다. 그러나 정말 발이 더 더러울까요?

옛날 맨발로 다닐 때는 당연히 발은 감히 제 근처에 오지도 못할 정도로 더러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 그런가요? 발은 곱게 양말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아 세균 친구들이

접촉하기가 저처럼 쉽지 않아요. 반면 저는 항상 무언가를 만지기 때문에 세균들이

저를 정말 좋아하죠.

“손 없었다면 세균 번식도 없었을 것”

저를 아주 사랑한 학자가 있어요. ‘손의 신비’라는 책을 쓴 미국의 존 네이피어

박사입니다. 그는 책에서 “손이 없었다면 인류의 진화도 없었다”고 애기했다죠?

저는 한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손이 없었다면 세균의 전염도 없었다”고요.

억지로 들리세요? 하지만 감염학자들 얘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거에요. 의사

선생님들은 “손만 제대로 씻으면 사스(SARS)를 비롯한 전염병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답니다. 또 미국에서 한 어느 실험에 따르면 수억 원이나 하는 멸균,

소독 장비를 들여놓지 않더라고 의료진이 손만 제대로 씻으면 병원에서 일어나는

감염을 40∼50%나 줄일 수 있답니다.

저는 쉴틈없이 무언가를 만지기 때문에 물로 씻어내도 금방 세균 친구들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랍니다.

신종플루도 결국 감염 경로는 손

요즘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신종플루도 결국은 저를 이용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지요.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는 하지만, 환자나 보균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침방울이

바로 다른 사람의 코나 입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대개는 전철, 버스,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 화장실 문고리, 컴퓨터 마우스, TV

리모컨 따위에 묻어 있다가 저를 거쳐 코나 입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 무심코

저를 코, 입, 눈으로 가져가는 행위가 가장 위험하다고 제가 솔직히 말씀 드립니다.

화장실이나 PC방에서 특히 저를 조심하세요

화장실이나 PC방에서 담배 피우시는 분들 많죠? 저를 항상 입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는

분들이니까 저야 고맙지만 알려 드릴 게 하나 있어요. 우선 화장실 문고리에는

많은 세균이 살고 있어요. 10cm²  당 340 CFU(colony forming unit, 세균밀도지수)나

산다고 해요. 무서운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도 화장실 문고리에 cm²  당 3∼47 CFU나 있어요.

화장실 문을 열거나 변기 커버를 들어 올릴 때 다 저를 이용하시죠. 세균 친구들과

제가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는 주인님은 멋있게 담배를 뽑으셔서 ― 바로 눈

앞에 ‘화장실 내 금연’이란 문구가 있어도 간단히 무시하시고 ― 저를 입으로 연상

가져가면서 연기를 뿜어내십니다. 옆 칸에서 일을 보는 사람은 “웬 놈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나. 무식하게”라고 짜증을 내는 소리가 들리고, 세균 친구들은 연상

담배를 통해 주인님 입으로 들어가고, 참 난감한 순간입니다.

PC방에선 또 어떻구요? 마우스나 키보드에는 화장실 문고리는 저리 가랄 정도로

많은 10 cm²  690 CFU나 되는 세균 무리들이 득실거리는데도 담배를

피우느라고 저를 연상 마우스-키보드에서 입으로 왕복운동을 시키십니다. 참 무섭죠~잉.

저를 항상 경계하시는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님은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PC방이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세균을 부지런히 입으로 나르는 행위가

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요.

저도 이제 바르게 살고 싶습니다. 저를 부지런히 입 근처로 보내지 마시고 제발 저를 좀 멀리 놔 두세요. 그리고 저도 깨끗하고 싶으니

제발 화장실 같은 데서 일을 마치면 좀 저를 씻어 주세요. 소변을 보고 ‘털기’까지

했으면서도 쿨~한 척 그냥 쓱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요.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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