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으면 개도 웃는다

‘개웃음’에 대한 연구-책, 미국서 화제

흔히 ‘개나 소가 웃을 일’이란 말을 쓴다. 웃지 못하는 개가 웃을 정도로 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만약 개가 웃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개가 웃을 일은 수두룩하다.

재미있게 뛰노는 개는 놀이터의 어린이처럼 항상 맑은 웃음을 흘릴 테니 말이다.

미국에선 작년 말과 올해 잇달아 개의 웃음 또는 마음에 대한 책이 나오면서 ‘개웃음’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자연사학자 제이크 페이지는 작년말 ‘개도 웃을까?(Do Dogs Laugh?)’라는

책을 펴냈고,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석좌교수 마크 베코프는 오는 30일 ‘야생의 정의:

동물의 도덕 생활(Wild Justice: The Moral Lives of Animals)’을 펴낼 예정이다.

두 필자는 16일 일간지 덴버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도덕심이 있듯

개에게도 도덕심이 있으며, 개가 웃는다는 사실은 뇌 촬영과 실험으로 증명된다”고

주장했다.

“리듬맞춰 짧게 할딱거리면 개가 웃는 것”

개의 웃음에 대해 저자 페이지는 “사람의 뇌나 개의 뇌나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고

뇌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도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본 아주바대학의

나가사와 미호 박사는 개와 개 주인이 30분간 서로를 마주보도록 한 뒤 혈액 검사를

해 봤더니 사람과 개 모두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호르몬 수치가

올라갔다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즐거우면 뇌에서 흥분 물질 도파민이 나오는 것도

똑 같다.

페이지는 “사람이나 개나 즐거워할 때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며 “개가

리드미컬하게 짧고 빠르게 숨을 할딱거린다면 그때 바로 개가 웃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영상 게시 웹사이트 유튜브 등에는 ‘웃는 개(laughing dog 또는 smiling

dog)’라는 비디오가 여럿 올라와 있다.

개가 웃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 주면 싸우던 개들이 싸움을 멈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미국 시에라 네바다 대학의 동물심리학자 패트리샤 시모네는 개의 웃음 소리를

녹음해 들려 주니 개들이 장난감에 달려들고 서로 장난을 치는 등 ‘장난 모드’로

들어가며, 유기견 수용소에서 만난 낯선 개들끼리 으르렁거리다가도 개웃음 소리를

방송하면 싸움을 멈춘다는 사실을 2007년 발표했다. 개끼리 으르렁거리는 다른 소리를

방송했을 때는 유기견 수용소 개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그녀는

밝혔다.

“상대 마음 읽기 때문에 개는 도덕심도 갖춰”

개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개, 늑대, 코요테의 행동을 평생 연구해온 베코프 교수가

할 말이 많다. 그는 “도덕성이 성립할 수 있는 근거는 동감(empathy)과 동정(compassion)”이라며

“개를 촬영한 비디오를 분석해 보면 분명히 이들이 동감과 동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동감과 동정은 상대방에 대한 생각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소위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다. 이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끊임없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베코프 교수는 개를 비롯한 원숭이, 늑대, 코끼리, 돌고래, 고래 같은 사회적

동물에게서 이 같은 ‘동물의 마음 이론’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가 특별한

것은 사회적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

베코프 교수는 “개들은 자신들이 종속적 존재인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을 읽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개들의 마음을 연구하기 위해서

미국 하버드대학은 올해 개 인식 연구소(Canine Cognition Lab)을 개설했다.

개가 사회성을 배우는 것은 놀이를 통해서다. 그래서 잘 노는 개가, 즉 잘 웃는

개가 짝짓기도 잘하고 사냥도 잘 한다. 상대방에 대한 협동과 신뢰라는 요소가 없으면

놀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베코프 교수는 개가 놀이를 시작할 때 하는 특이한 행동을 ‘놀이 절’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뒷발을 꼿꼿이 세운 채 앞발을 구부려 몸 앞쪽을 낮추는 동작이다.

한 개가 이런 동작으로 “야, 지금부터 노는 거야”라고 의사 표시를 하고 상대방

개가 이를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서로 밀치고 가볍게 물고 꽁무니를 쫓는 놀이가 시작되며,

절대로 심하게 물거나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놀이 과정에서

상대방을 심하게 물거나 하는 ‘나쁜’ 개는 바로 놀이에서 제외된다.  

‘개에게 도덕성이 있다거나 개가 웃는다는 주장은 개의 행동을 인간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즉 개를 의인화해 만든 얘기’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베코프 교수는

“물론 그럴 수도 있다”며 “그러나 수천 개의 일화는 바로 데이터다”라고 대답했다.

최영태 기자 you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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