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어휘력, 좋은 학교 가야 는다

동료 수준 따라 말 배우는 속도 ‘빈익빈 부익부’

어린이들이 말을 배우는 데는 부모나 학교 선생님의 실력만큼이나 또래들의 말솜씨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 친구들이 말을 잘 하면 특히 우수한 자질의 학생은

말을 배우는 속도가 크게 빨라지지만, 또래들이 어눌할 경우 말을 배우는 속도에

가장 많은 지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앤드류 매쉬번 교수 팀은 4살짜리 1800명을 대상으로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언어 실력이 어느 정도 달라지는지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그림 속 사물 맞추기, 문장 완성하기 등을 시키면서 언어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점검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말을 잘하는 친구들과 한 반에 있을수록 언어 발달 속도가 빨랐으며,

동료들의 언어 실력이 낮으면 말 배우기 속도가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 동료들은 조금 처져도 선생님의 실력이 좋으면 말을 빨리 배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반 친구들의 언어 실력이 처지면 언어 습득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똑똑한 어린이였다.

반면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차피 언어 습득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료들의

낮은 실력 때문에 손해를 보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런 현상은 왜 미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교는 계속 성적이 좋아지고 반대로

공부를 못하는 학교는 교육 당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적이 쳐지는지를 설명해

준다. 선생님이나 부모의 실력만큼이나 동료의 수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성적이 처지는 학교 5000개를 폐교하겠다고 밝혔다. 처지는 학생을

모아놓을 경우 더욱 성적이 처지기 때문에 이들 학교를 폐쇄해 우수한 학생들과 섞어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매쉬번 교수는 “선생님들은 아이들끼리 서로 편하게 얘기하거나 책을 함께 읽으면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아동발달(Child Development)’ 5-6월 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과학 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 판 등에

15일 보도됐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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