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한국, 달걀없어 백신 못만든다?

신종플루 백신에 몰두하느라 독감백신 차질 빚을수도

국내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9일째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감염자가

5000명을 넘는 등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플루와의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백신을

개발해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수정란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백신 제조에 필요한 수정란은 우리가 흔히 먹는 유정란보다 값이 비싸고 무한정

생산되지도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문기구인 ‘공중보건 위기대비 대응 자문위원회’의

방지환 교수(국립의료원 감염센터)는 “백신에 쓰이는 수정란은 특정 닭 종자에서

나온 것 중에서도 혈관이 잘 형성된 상태여야 사용이 가능하다”며 “바이러스가

분리된 상태고 백신 개발 시설도 크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국이 백신을 대량생산할

수 있지만 우선은 수정란 확보 방침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할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관건

대량 생산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대량 생산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분리한 바이러스로 예방

백신을 만들어 대량 생산했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방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워낙 변이를 잘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표준치를 예측해

개발됐고 예측이 빗나가면 면역력이 떨어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교차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많이 변이하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개발된 백신이 완전히 ‘물백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녹십자 등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대량 생산에 나서겠다고 허가를

신청한 곳은 아직 없는 상태다.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구입을 위해 예산 182억 원(130만

명 분)을 확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개발에서 대량 생산까지 빠르면 4~6개월, 길게는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종플루 예방 백신을 2~3주에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백신이 인체에 쓰이려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4~6개월이 걸린다”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은 부작용으로 더 큰 희생자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성 검증의 중요성은 1976년 겨울 미국 뉴저지에서 발생한 돼지인플루엔자

유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돼지인플루엔자를 겪은 미 보건당국은 다음해에 다시

바이러스가 찾아올 것을 대비해 백신을 급하게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접종했으나 실제로

1년 뒤에 바이러스는 유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백신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등 부작용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백신 생산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

이밖에 신종플루 백신에 주력하다 보면 일반 독감 예방백신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는 신종플루 예방 백신을 대량 생산할 경우

일반 계절성 인플루엔자 생산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제쳐두고 신종플루 백신에 매달리다가 신종플루의 변종이 유행하면 두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이 모두 실패할 수 있으므로 세계보건기구의 백신 관련 지침

등을 참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신종플루는 세계적 공중보건 위기이므로 국가가 투자해야지

일반 제약회사에 무조건 만들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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