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방역대책, 일본 “한수 위”

허술-허둥 한국 보건당국과 비교돼

5월초 연휴 동안 서울 도심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고 그들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이미 3명이나 발생한 한국에 대한 경계심의 표시였다.

한국인도 안 쓰는 마스크를 일본인들만 쓰고 다니는 데 대해 ‘지나친 경계’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일본 국내의 방역 대책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한국의 방역

대책에 안심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만도 하다.

우선 신종플루가 멕시코에서 발생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보 수준을 3단계로

올린 4월28일 일본 정부는 전국의 보건소에 일제히 발열상담센터를 설치했다. 그리고

“혹 증세가 있으면 보건소로 바로 가지 말고 우선 발열상담센터에 전화해 상담부터

하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보균자가 함부로 움직이면 신종플루를 무제한으로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전화 상담부터 하도록 한 조치였다.

“전화상담 먼저, 대중교통 말고, 마스크 쓰고”

상담센터에 전화를 건 사람의 증세가 신종플루와 비슷하다고 판단되면 상담센터의

전문가는  보건소로 오도록 지시하면서 다음 사항을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말고, 반드시 마스크를 하고 오라”는 지시다. 역시

2차 감염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다.

보건소나 병원도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가네자와 시립병원은 ‘발열환자’를

위한 외래 진료소를 별도로 설치하고 병원 정문에는 “바로 병원으로 들어오지 말고

지시를 따르라”라는 포스터를 붙였다. 보균자가 함부로 병원을 돌아다니며 감염을

일으키는 사태를 우려한 조치다.

시가현의 오츠시민병원은 아예 바이러스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고안된

에어 텐트를 설치하고 의심환자를 진료했다.

이런 일본에 비교한다면 한국의 방역 태세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일본에 발열상담센터

전화가 일제히 설치된 4월28일 한국에선 멕시코를 다녀온 51세 여성을 비롯한 의심

환자 3명이 발생했다. 이날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한국 보건당국은 “의심 증세가

발생하면 바로 가까운 보건소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전염 부추길 수 있는 한국의 애매 지시사항

‘바로 신고하라’는 당부가 전화부터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라는 것인지, 마스크는 하고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다. 최악의 경우 증세가 나타난 위험한 보균자를 바로 보건소나 병원까지 ‘알아서’

이동하도록 함으로써 대량 전염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잘못된 지시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보균자가 바로 병원으로 들어올 경우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는

2003년 사스(SARS)로 300명 이상이 숨진 홍콩에서 여실히 드러났었다. 당시 홍콩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 병원에 입원한 한 사스 환자가 병원 직원을 포함해 90명에게

사스 바이러스를 순식간에 옮겨 ‘슈퍼 보균자’ 역할을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괴질이 퍼질 때 병원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본에선 현재 신종플루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 때문에 일부 병원들이 발열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확진 환자도 안 나온 나라에서 참

지나치다 싶은 사태이기도 하지만, 이 모두가 철저한 방역 태세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은 인정할 만하다.

이번 신종플루 사태가 터지자 일본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매년 발생하는 유행성 독감에 대한 비상시 행동 방침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이런 대비가 없어 이웃나라와 비교해 다소 허술하고 허둥지둥 댔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상 유례없는 질병 사태를 맞아 우리도 배울 것은 하루

빨리 배워야 할 때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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