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상관없이 곯아떨어져도 꿈은 못꾼다

시차가 생체시계 방해… 렘 수면 방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에 시차 문제없이 잠을 잘 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사람도 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시차

변화가 생체시계를 망가뜨려 ‘꿈을 꾸는 잠’을 못 자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 생물학과 호라시오 데 라 이글레시아 교수팀은 25시간의 밤낮 주기를

갖는 쥐를 22시간 주기로 바꿨더니 깊은 잠과 관련된 신호는 주기 변화에 맞춰 22시간으로

재빨리 맞춰졌지만, 눈 움직임이 빨라지며 꿈을 꾸는 단계인 렘(REM)수면과 관련된

신호는 계속 25시간 주기를 유지했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점점 깊은 잠에 빠져 들다가 꿈을 꾸게 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데, 주기가 바뀌면 꿈을 꾸는 단계가 나타나지 않게 돼 잠은 자지만 꿈을 꾸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체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 부위는 ‘시신경교차상핵’이다. 좌우의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왼쪽 눈의 정보는 오른쪽 뇌로, 오른쪽 눈의

정보는 왼쪽 뇌로 전달되는데, 이 교차점 바로 위에 있는 시신경교차상핵이라는 부위가

수면 주기를 관장하게 된다.

시신경교차상핵의 아래 부분은 육체적인 피로에 의한 깊은 잠과 관련이 있고,

위는 렘 수면과 관련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이 두 부분이 같이 움직이며 수면에

관여하지만, 시차가 바뀌게 되면 이 두 부분이 따로 움직이게 돼 수면에 교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글레시아 교수는 “쥐에게 3시간 차이는 사람으로 치면 뉴욕과 파리의 시차인

6시간 정도 차이에 해당한다”며 “꿈을 꿀 수 있는 단계까지 가려면 5~6일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 1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판, 미국 건강 웹진 헬스데이 등이 같은 날 소개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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