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식품으로 거짓말하면 안됩니다”

[메디컬 보스] 일동제약 이금기 회장

“이유식이나

조제분유는 다른 식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히 안전하고 또 유효성을 갖춰야

합니다. 어쩌면 의약품보다 더 세밀해야죠. 아기 건강은 곧 우리의 희망이니까요.

초유 성분 등을 얼마나, 어떻게 첨가시키느냐 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아기용 파우더에서 석면이 발견돼 전국의 어머니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일동제약-일동후디스 이금기 회장은 자신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의 계열사로 분유 및 우유 제품 업체다.

그는 “우리 업계에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성분 등을 과대광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요즘 경쟁사에서 ‘A모 성분을 처음 사용했다’느니 또는 ‘B성분을

강화했다’고 광고하는데, 일동후디스의 분유 한 종류는 A성분을 100% 사용합니다.

그 회사는 겨우 2.5% 넣고는 ‘처음’이라고 광고하니 이건 난센스예요. B성분 경우는

더 합니다. 이 성분은 진짜 모유에 31%, 일반조제 분유에 17% 정도 들었는데 우리

제품엔 48%나 들어 있어요. 경쟁사 제품엔 15.8% 밖에 없으면서 이걸 강화했다고

선전합니다. 어이가 없죠.”  

 후발주자지만 분유 제품 혁신에 앞장

그가 말하듯, 분유와 우유업계에는 비교광고, 과장광고가 많다. 아기에게 먹이니

만큼 면역력 강화, 세포 재생 등 여러 성분의 효과를 놓고 뜨거운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동후디스는 그간 초유 함량 등으로 항상 분유업계 마케팅의 뜨거운 감자 역할을

해 왔다. 규모로는 3등이지만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주역 역할을 많이 했고, 그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었다.

이 회장은 1996년 이유식 업계 최하위 업체였던 남양산업을 전격 인수했다. 그는

연매출액 99억 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이름을 일동후디스로 바꾼 뒤 히트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덕분에 작년엔 매출액 800억 원을 넘기고 국내 중견 유가공 업체로

우뚝 올라섰다.

그는 “일동후디스가 제품을 출시하면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콘셉트로 따라왔다”며

“우리가 전체적인 제품 수준을 높이면서 아기들 건강도 좋아졌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이면서도 내용 면에선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랑이다.

김기수 권투시합과 아로나민 신화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1960년 평사원으로 일동제약에 입사한 뒤 3년

만에 활성비타민제 ‘아로나민’ 개발에 성공, 개발부장까지 오른다. 그러나 그는

개발실에 머무르지 않았다. “내가 만든 약을 의료계에 알려야 한다”며 영업부장을

자원했다.

그리고 제약업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의 ‘아로나민 성공기’가 펼쳐진다.

1966년 당시 최대 이벤트였던 ‘김기수 대 벤베누티 세계 복싱 챔피언십’ 대회에

그는 회사의 1년 매출에 해당하는 150만 원(지금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8천만 원

정도. 1966년 버스값 8원과 현재 900원으로 환산)을 TV 생중계 스폰서 비용으로 투입하자고

건의했고 뜻을 관철시켰다.

이 경기에서 김기수 선수가 한국 최초의 권투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라운드걸의

피켓 뒷면에 선명하게 새겨진 ‘아로나민’은 김기수 열풍과 함께 전국을 휩쓴다.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95~97년 한국제약협회장을 맡았던 시절, 그는 대형의료기관 등으로부터 거래질서 확립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아내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된다.

1998년 일동제약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이 회장은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해 3년

만에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올해 그의 나이 76세. 은퇴 시기와 관련해 “5년만 더 하겠다” “후배가 안정된

경영을 할 수 있을 때 물러나겠다”고 이 회장이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알려 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 회사 이념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초일류기업’이니까 이 이념을 달성할 때까지 열심히 일할 겁니다. 제 거취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소리였다.

어떤 우유가 좋으냐고 물으니 그는 바로 ‘일동후디스 청정 저온살균 우유’를

손수 가져왔다. 유당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 설사를 한다고 해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마셔 보면 안다”는 것이었다. 얼음처럼 찬 우유를 마셨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신호가

안 왔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온 뒤 이 회장은 전화를 걸어와 “괜찮지? 내 말이

맞지?”라고 확인을 하며 껄껄 웃었다.

우유에 관한 한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영자의 꼼꼼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이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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