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리면 주사 꼭 맞아야 하나요?

어제부터 코가 좀 맹맹하고 목도 칼칼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목이 바짝 마르고

코도 막혔다. 여기서 문제. 이럴 때, 동네병원에는 언제 찾아가야 할까? (정답 상품은

제닥 무료 커피라도…)  

1) 바로 간다.

2)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같은 것을 사 먹어 보고 안 되면 가련다.

3)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 본다. 약 먹는 것도, 병원 가는 것도 싫어!

4)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으면 주사를 맞기 위해 동네 병원에 간다.

5) 얼른 큰 병원에 가야지. (아, 그 전에 진료의뢰서를 받기 위해 동네병원에

가야겠군)

답 : _____

여러분의 답은 몇 번이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상당히 많은 사람들(특히 젊은 연령대 사람들)은 실제로 동네 병원을 이

그림처럼 이용하는 것 같다.

이 그림에 이야기를 붙여 보자. 요 위의 질문에 나온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이 사람은 계속 참고 견디다가, 약 좀 사 먹어 보고, 상태가 안 좋아져서야 "주사라도

맞자" 싶어서 병원에 갔다. (이 사람의 답은 2+3+4쯤이었던 듯)

그런데 이미 병원에는 비슷한 상태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런 얼어 죽을. 30분은

기다리지만, 진료실에서 안경잡이 의사를 만나고 나오는 데에는 1분 정도가 걸렸다.

코와 목에 약 뿌리고, 주사 한 대 맞고, 적외선 온열치료기와 분무기 같은 것을

쐬고 나서 병원 아래층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하루치 정도 받고 다음날 다시 가서

비슷한 과정을 반복했다.

이렇게 3일쯤 하고 났더니 좀 괜찮아지기도 했고, 더 이상은 가는 게 귀찮아져서

병원에 가지 않게 되었다.

(대체 감기 하나 가지고 언제까지 병원에 오라는 거야!)

그런데 며칠 더 지나면서 다시 증상이 심해지는데, 이번에는 기침이 견딜 수 없게

나온다. 이 때는 여러 이유로 (뻘쭘하기도 하고, 그 의사가 미덥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다른 감기 증상들은 어느 새 사라졌지만 잊을 만 하면 훌쩍거리는

콧물과 켁켁거리는 밭은 기침이 남아서 증상이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좀 낫는 듯,

잊은 듯 하다가도 회식 한 번 하고 나면 기침이 도지니, 참 답답하고 힘들었다.

다행히 계절도 좀 좋아지면서 어느 새 증상은 다 없어졌지만 "지난 번에는

감기에 된통 심하게 걸려서 한 달은 앓았어"라고 기억하게 되었다. 끝.

————

이 이야기가, 부디 당신의 고통스러웠던 ‘감기 투병기’가 아니길 바란다. 왜냐

하면 이 경우는 정말 사서 고생을 하고 병을 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감기에

걸리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으세요. 조기에 잡아야죠"라는

뻔한 이야기일까?

병원에 빨리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대반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병원에 가는 것과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것은 전혀 다르다.

병원은 의사를 만나서 나의 몸 상태를 보이기 위해서 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물론, 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그저 몸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부담

없이 의사를 만나러 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사들이 환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저 약만 주려 하고, 주사만 놓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사들은 거꾸로 환자들 탓을 한다. 환자들이 주사 안 놔주면

다른 병원 가거나, 화를 낸다고.

의사들의 한탄은 이런 것이다.

환자들이 이미 상태가 좀 안 좋아졌을 때 주사와 특별한 치료만 원해서 오는 데다가,

좀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약이나 주사를 안 주었더니 점점 환자가 줄어들고

소문은 나쁘게 나고, 반대로 건너편 상가에 있는 내과는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주사도

놓아 주고, 약도 잘 줘서 환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점점 "이런 감기에는 약

먹을 필요 없어요. 물 잘 마시고 쉬면 되겠네요"라고 말 한 마디 해 주려다가도

환자의 요구에 따라, 혹은 점점 스스로 환자의 의중을 짐작해서 주사 처방을 기본으로

하고 약속 처방에 따른 약을 처방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나는 사실 (불행히도) 동료-선후배 의사들의 이런 말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핑계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핑계다. 소신대로 진료하면

생존이 위협될 수 있는 의료 현실의 고충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막연히

의사니까 돈을 잘 벌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사회에서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절대 저 핑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대다수의 의사들이 바뀌고 약물이나 주사의 처방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저 핑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바로 의료 이용자들이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아프기 시작할 때, 혹은 아프기 전에 병원에 찾아서 의사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이미 주사를 기대하고, 약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만난다면 서로 여태까지와는 다른 소통을 만들어 갈 기회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기회의 크기가 크다면 동네병원이

다시 살아나고, 의료의 잘못된 모습들이 많이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이런

부분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아무리 의료 산업화가 진행되고 돈이 투여되어도

한국 의료의 앞날은 밝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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