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는 타고날까, 만들어질까?

왕따의 유전적 원인에 대한 연구 활발

‘왕따’는 따돌림의 은어적 표현이다. 어린이든, 노인이든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있다. 이들은 어떤 특징이 있어 왕따가 되는 것이며, 그러한 특징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태어난 뒤 환경에 따라 결정된 것일까?

이에 대해선 학자마다 견해가 엇갈린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타고난

기질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눈치

없는 아이가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성장 환경, 교육 수준, 외부

자극 등이 개인의 성향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전자적 특성이 개인을 왕따로

만든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전자 따라 성격 달라지고 왕따 생긴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들은 왕따의 유전적 가능성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정신건강연구센터 연구진은 유전자 분절 중 5-HTTLPR의 변이체가 길면 고집이

세고, 주위 사람들의 견해에 자주 부딪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내적으로 긴장하는

성향을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행동이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유전자 변이체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회 규범을 덜

준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5-HTTLPR의 변이체가 짧으면 사교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실은 논문에서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니콜라스 크리스타키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 1100명을 연구한 결과, 주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들은 사회성을

유발하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에 따라 사교성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제임스 파울러 교수는 “주목을 받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들대로, 또는 항상 뒤편에 서거나 구석진 곳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들대로

특별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며 “성격은 후천적 영향도 받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유전자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정환경 따라 왕따 만들어진다”

물론 왕따에 대한 이러한 ‘유전적 근거론’과는 달리 후천적 양육 환경을 중요시하는

학자들의 보고도 적지 않다. 미국 앨러배마대 심리학과 에드워드 바커 교수는 1997년

10월∼98년 7월 사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어린이 1970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의 교육이 엄격한 가정,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 또는 유아기에 공격적이었던

어린이가 따돌림 당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일반 정신의학 회지(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바커 교수는 가정교육이 엄했던 어린이는 장기간 따돌림 대상이 되기

쉽고,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도 따돌림을 심각하게 당하기 쉽다고 밝혔다. 또한

17개월 정도 기간의 유아기 동안 공격적 성향을 보인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취학 전 기간에 따돌림 대상이 되기 쉽다고 그는 밝혔다.

왕따에 대한 선천적 원인론과 후천적 원인론에 대해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왕따를 당하는 어린이, 왕따를 하는 어린이 모두 타고난

성격과 환경적 영향에 의해 정상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번 왕따는 계속 왕따 된다?

이렇게 왕따가 되는 원인이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리지만, 한번 왕따를 당한 어린이는 계속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영국 발달심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에 실은

논문에서 영국 워릭대, 허트포드셔대 공동 연구진은 “6~9살 때 왕따를 당한 어린이는

10~11살이 돼서도 계속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또한 왕따의 양상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6살 때는 때리거나

말로 괴롭히지만, 10~11살이 되면 입소문을 통해 왕따 학생을 학교 안에서 외톨이가

되도록 괴롭히는 양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괴롭힘 때문에 전학을 가는

비율도 높았다.

이영식 교수는 왕따를 당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다음 10가지를 꼽았다.

△잘난 척, 예쁜 척 하는 공주병, 왕자병을 지닌 사람 △분위기 파악 못하고 눈치

없는 사람 △분위기를 깨고 남이 하는 일을 훼방 놓는 사람 △친구에 양보 안하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 △집단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어수룩한 사람 △상사나

선생님이 너무 편애하는 사람 △친구들의 공통 화제에 무관심해 대화가 안 되는 사람

△거짓말 잘하고 도벽이 있는 사람 △선생님에게 고자질 잘하는 사람 △ 남의 흉을

많이 보는 사람 등이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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