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날씨에 봄철 식중독 주의보

끓인다고 식중독 독소 없어지지 않아 조심해야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식중독 사례도 늘고 있다. 17일 저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50대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이틀 전 만들었던 김치찌개를

먹은 이 남자는 설사와 복통을 호소했다. 송파구 잠실에 사는 주부 이 모씨(39)는

하루 전 만든 호박파이에 입을 대려다가 어느덧 곰팡이가 핀 것을 발견했다.

식중독은 흔히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집계 결과 2008년의 경우 7~8월 환자 숫자는 892명인 반면 3~4월 환자는 1431명이다.

기온이 크게 올랐는데도 아직 겨울 끝자락이라고 생각해 주의를 덜 기울이는 탓이다.

음식물 속의 세균은 끓이면 없어진다. 하지만 세균의 부패로 생긴 독소는 끓여도

남아 식중독을 일으킨다. 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서울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인 포도상구균은

끓여도 분해가 안 된다”며 “상했다 싶으면 아깝다 생각 말고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3월, 9월에 식중독 급증하는 이유

봄철 식중독이 맹위를 떨치는 것은 사실 가정보다 학교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 9월에 학교 급식으로 인한 환자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이다. 식약청 통계에서

1~2월 한 달에 100명 안팎이던 환자가 3월이 되면 680명으로 늘어나고, 9월에 7,

8월의 892명보다 많은 1207명이나 발생한 이유다.

식약청 관계자는 “학교의 경우 방학 중 사용하지 않던 조리기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쓰면서 식중독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양념 같이 오래 보관하는 식재료에

대해서도 부패 여부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 급식에 따른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가정을 ‘식중독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처럼 음식을 잔뜩 사 놓고 먹는 가정은 식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임신부의 식중독은 태아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중독 증상으로 설사나 구토가 난다고 해서 함부로 지사제를 먹어서는 안 된다.

설사는 세균을 밖으로 빨리 내보내는 과정인데 이를 막으면 균을 몸에 간직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유준현 교수는 “설사가 나오면 설사대로 하면서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식중독 환자가 한 곳에서 2명 이상 발생하면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식약청은

식중독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인터넷에 공지해 추가 피해를 막는다.

∇가정 내 음식 탈 예방 수칙

① 신선 식품이나 냉동 음식은 슈퍼나 마켓에서 나오기 직전에 장바구니에 넣는

등 순서에 따라 음식을 고른다.

② 흠이 있으면 상하기 쉬우므로 외형이 온전한 음식을 고른다.

③ 음식을 사서 1시간 안에 집으로 가고, 그렇지 못하면 아이스박스에 넣거나

승용차 에어컨 앞에 보관한다.

④ 도마, 조리대, 냉장고, 그릇 등의 위생에 신경 쓴다. 정기적으로 뜨거운 물에

세제로 씻는다. 도마에 금이나 흠이 있으면 교체한다.

⑤ 냉장고를 너무 믿지 않는다. 냉장실은 섭씨 4도, 냉동실은 18도 이하를 유지한다.

⑥ 요리 전이나 식사 전 최소 20초 동안 뜨거운 물에 비누 거품이 나도록 손을

씻는다.

⑦ 음식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남은 음식은 빨리 냉장고에 보관하되

3일이 지나면 과감히 버린다. 냉장 보관했어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상온에 오래

방치된 음식은 버린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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