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호르몬 치료 “2년까지만”

미 연구 “5년 넘기면 유방암 위험”

폐경기 여성이 5년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인터넷판은 미국 암 학회 유제니아 칼레 박사가

학술지 ‘암(Cancer)’ 3월호에 게재한 논문을 인용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치료를 4~5년간 받은 사람은 유방암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에스트로겐 단독 치료를 받은 여성은 5년이 지나도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복합 치료가 위험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암세포의 먹이가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여성보건연구소(WHI)는 지난 2002년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치료를

5년 동안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25%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WHI의 이러한 보고는 최근 LA생물의학연구소의 로완 클레보우스키 박사의 연구에

의해 그 내용이 더 보강됐다. 클레보우스키 박사는 갱년기 여성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호르몬 치료를 2년 동안 받으면 문제가 없지만 5년 동안 받을 경우

유방암 위험이 60%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렇게 높아진 유방암 위험은 그러나 호르몬 치료를 중단한 뒤 18개월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월초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소개됐다.

대한폐경학회에 따르면 갱년기 여성 인구는 총 여성 인구의 21.4% 정도 되며,

이 중 70~80%가 갱년기 증상을 느낀다. 대부분 잘 적응하지만 10~15% 정도는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갱년기 증상은 여성 호르몬 분비 감소 때문에 나타나며

안면홍조, 발한, 기억력 감퇴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갱년기 여성이라도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자궁을 제거한 여성은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을 쓴다.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에스트로겐만

쓰면 자궁 내막이 자극을 받아 자궁내막암이 생기므로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써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2002년 이전에는 갱년기 여성 환자의 20%가 호르몬 치료를 받았으나 유방암 위험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점차 감소, 현재는 12% 정도로 줄었으나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여성은 호르몬 치료 더 적극적으로 받아야”

중앙대 용산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대한폐경학회 부회장)는 “처음엔40개

병원을 대상으로 8년을 계획했던 WHI의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치료 연구가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종료된 이유는 시작한 지 5년 만에 유방암 위험이 증가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며 “에스트로겐만 공급받은 환자에서는 7년이 지나도

유방암 발병 위험이 발생하지 않아 연구가 끝까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간호사를 대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치료는 5년이 넘으면 유방암이 약간 증가했으나

에스트로겐 단독 치료는 적어도 15~20년은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에스트로겐 단독 치료는 15~20년은 안전하고,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치료는 5년 이상 받으면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므로 2년으로 치료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 2년 이상 치료를 받았더라도 치료를 멈추면 정상으로 돌아오므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호르몬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의 지도 아래 이뤄져야 하며 효과적인 약물 선택과

운동이 병행되면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박형무 교수는 “호르몬이 유방암 종양을 만드는 것인지, 원래 생겼던 종양을

키우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미국인의 경우 호르몬 치료가 갱년기

증세 호전, 대장암 예방 같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국 갱년기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 비율이 대장암 발생 비율보다 높으므로

적당한 호르몬 치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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