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알아듣게 말해주자” 의사들 나섰다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20일 학술대회

“이 약은 식전 30분에 드시고, 이 약은 식후 30분이에요. 그리고 이 약은 또

하루 두 번 12시간마다 드시고 저 약은 하루에 한번만 드셔야 해요. 색깔이 비슷하니

주의하세요. 뭔가 이상하면 연락 하세요.”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신학선(65) 씨는 복약 교육을 받았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약 종류도 많고 먹는 시간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번 더 설명 받았으면

좋겠지만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에게는 괜히 그러면 안될 것 같아 참는다.

병원에서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의사는 말하고 환자는 못 알아듣는다. 날로

전문화되는 치료 영역에 따라 환자와 의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중요해지지만,

국내 의료계에서 의료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이런 현실을 고치기 위해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는 20~21일 중앙대병원 대강의실에서

2009년 춘계학술대회와 워크숍을 연다. 이 학회의 임인석 회장(중앙의대 용산병원

소아과)는 의료커뮤니케이션을 “환자 눈높이를 맞추는 것”으로 정의했다. 환자

눈높이 맞춰 설명해야 치료도 잘 되고 의료 분쟁도 적어진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의료 분쟁이 늘어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미시건대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이 자신의 실수나 과실을 솔직하게

인정했더니 연간 의료소송비가 200만 달러나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환자가 먹을 약에 대해 의사가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해도 환자는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문용어 남발과 복잡한 설명이 원인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의사 입장에 서서 소통에 나서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의료

커뮤니케이션은 친절 교육과 다른 차원의 문제며, 환자가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환자의 자세도 중요하다. 의사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고개만 끄덕거리는 데서 정말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환자는 의사 앞에서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진료비는 의료 행위에

대한 비용 지출이며, 환자가 제대로 말해야 치료도 제대로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는 2006년 9월에 생긴 신생 학회이다. 대한의학회에 등록된

학회지만, 인문학, 간호학, 법학, 사회복지학, 신문방송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의료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의 임상수행시험(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에서도 의료 커뮤니케이션은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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