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와 달리쓰는 ‘오프라벨약’ 부작용 잇따라

위궤양 약을 분만유도제로 쓰다 사고…정부 상대 소송

의약품을 원래의 허가 용도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이른바 ‘오프라벨 약’의 부작용이

잇달아 나타나, 오프라벨 약 규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오프라벨로 사용되는 의약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앨러간

사의 보톡스는 원래 눈꺼풀이 떨리는 안검경련 치료 용도로 허가됐지만, 대부분 매출은

성형 분야에서 발생한다. 간경변에 따른 간성혼수의 보조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살 빼는 주사약’으로 널리 사용되는 진양제약의 ‘리포빈’도 마찬가지다.

위궤양 진통제로 허가 받았지만 자궁 수축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산부인과에서

분만유도제로 사용되는 싸이토텍(성분명 미소프로스톨)은 2006년과 2007년 잇달아

부작용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아무 규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부작용 사례가 잇달고 있지만 식약청은 “허가된 용도와 다르게 약품이

사용되는 이른바 오프라벨(off-label) 사용은 의사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이어서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식약청 의약품관리과 김상봉 사무관은 “오프라벨 사용은 예컨대 하루 한 알 먹게

돼 있는 약을 의사가 세 알까지 먹도록 지시하는 등 아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의료

행위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라며 “의사의 재량에 따라 시술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의

문제이므로 약사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강아라 사무국장은

“의약품의 오프라벨 사용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 부담이 크다는 문제점도 있다”며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식약청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오프라벨 사용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벨 분만유도제 사용으로 사망 사고도

법무법인 씨에스의 이인재 변호사에 따르면 김 모(33, 부산시 연지동) 씨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2006년 이 약을

투여 받은 뒤 과다 출혈로 자궁을 들어내는 피해를 입은 뒤 병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19일 재판부가 병원 측과의 합의를 권고함에 따라 김 씨는 현재 병원

측과 합의금을 협상 중이다. 그러나 식약청에 대해서는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소송을

계속 진행 중이다.

이어 2007년에는 이 약과 동일한 성분을 투여받은 산모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으며,

법원은 의사의 과실 책임을 물어 1억3천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싸이토텍을 공급하는 한국화이자제약의 대외협력부 이은정 차장은 “부산 임산부의

부작용 사례는 이미 접수돼 식약청에 보고했다”며 “싸이토텍이 분만유도제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알지만 약품 사용설명서에 위험을 ‘경고’하고 부작용 발생시 24시간

내에 식약청에 보고하는 것 이외에 제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이토텍의 주의사항에는 ‘유산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임부에 대해서는 투여를

금기하고 이것을 환자에게 알려 주여야 하며 타인에게 약을 주지 않도록 경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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