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 ‘봄철 자살경보’ 울린다

4월 자살 가장 많아…사회적 경각심 높여야

지난 7일 탤런트 장지연 씨의 자살에 이어 12일에는 트로트 가수 이창용 씨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됨으로써 봄철 자살경보가 울리고 있다. 특히 연예인의 자살은

민감한 10~20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인 경각심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잇따른 연예인의 자살이 우려되는 것은 ‘방아쇠 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김희주 국장은 “2005년 유명 영화배우 이 모씨가 자살한 뒤

3개월 동안 자살률이 예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언론이 자살 방법까지

소개함으로써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대로 하면 죽을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자살의 조짐’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도 자살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 국장은 “자살자의 80% 이상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에 대한 신호를 보내지만

대부분은 이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며 “이런 신호를 알아차리기만 해도 자살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살 예방을 위한 홍보와 계도 노력을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3월이 시작된 뒤 이어지고 있는 연예인의 자살은 연중 자살이 가장 많은 4월을

앞두고 우려할 만한 사태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윤희 씨의 석사 논문 ‘2001∼2005년 한국에서 자살과 온도와의

관계’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월별 자살자 숫자는 4월이 평균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월(31.7명), 8월(30.2명), 6월(30.1명) 순이었다. 기온이 낮은 1월(18.8명),

2월(24.1명)은 자살자 숫자가 적었다. 이를 토대로 이 논문은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자살률은 1.4%씩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살하는 사람은 모두 우울증 환자라는 인식도 문제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우울증만으로 자살하는 것도, 자살자가 모두 우울증 환자인

것도 아니다”면서 “경제적 어려움, 잇따르는 자살 관련 보도, 계절 변화 등이 모두

자살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자에 대해 ‘안됐지만 어쩔 수 없었겠지’라며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하면

한국 사회의 자살률은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개인주의와 극단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자살이 더욱 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데다 도움 받을 데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극단적인 해결책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되므로,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자살 줄이기 5개년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04년 처음 시작된 이 계획은

처음에는 보건복지가족부 단독 사업이었지만, 2009년 2차 계획 연도부터는 13개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군대 내 자살, 농어민 자살, 중고생 자살 등은 보건복지가족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까닭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정부 때 자살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민간과 정부가 투자해 자살 방지 캠페인을 벌였다. 결과는 자살률 하락으로 나타났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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