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동물도 정말 생각을 할까

“우리 서로 통합니까?”

인간과 동물이 서로 통(通)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를 보면

인간과 동물은 언어라는 장벽만 있을 뿐 찐하게 통한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늙은 소에게 먹일 청정 꼴을 베기

위해 산 중턱까지 오르는 늙은 농부의 마음. 그리고 곧 죽을 것 같으면서도 늙은

농부가 탄 수레를 이끌며 천천히 움직이고, 늙은 농부가 잠들어도 집을 알아서 찾아오는

늙은 소의 마음.

늙은 소는 “소시장에 내다 팔 것”이라는 주인의 말에 여물도 먹지 않고 눈물을

떨군다. 늙은 농부의 눈에도 눈물이 어린다.

소를 자신처럼 아끼는 늙은 농부와 이 주인만을 따르며 우직하게 일해 온 소와의

교감이 짠하게 녹아 있다. 말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수없이

화면 뒤로 오간다.

교감은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뜻이다. 생각하고 말하는 인간과 생각도 말도 못하는

동물 사이의 교감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이루어질까?

동물도 쾌감 느끼며 섹스한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교감에 대해 아직 결론은 없지만, 많은 연구와 사례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동물과의 교감 경험을 말했으며,

미국에는 동물과의 소통을 중개해 주는 이른바 ‘동물 소통가(animal communicator)’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다.

경희대학교 동물생태학 유정칠 교수는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은 동물의 행동과

감정을 사람이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 된다”며 “가령 강아지의 행동과 눈빛을

보고 우리가 ‘너 배고프구나’ ‘놀자고?’ 등의 판단을 하는 것이 교감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동물도 상황과 대상에 대해 생각하며, 슬프고 기쁘고 좋거나 나쁘다는

감정을 가지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여겼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동물의 몸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그는 개를 때리는

사람에게 “개 짖는 소리를 들으니 내 친구가 분명하다. 그만 때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미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동물권리 옹호가인 조너선 밸컴 박사는 저서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에서 동물의 교미 행동에 대해 “많은 동물들이 단순한 번식

목적이 아니라 접촉의 즐거움을 찾는다는 사실이 여러 관찰과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동물의 감정을 무시하고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는 태도로는 자연계의 전체적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거짓말까지 생각해내는 침팬지

동물도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과의 교감이 가능하다. 동물도 생각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돼 있다.

미국 뉴욕 주립대학의 에밀 멘젤 박사는 침팬지 실험을 통해 동물의 생각을 일부

보여줬다. 그는 먹이를 우리 속 한 곳에 숨겨 놓고 침팬지 한 마리에게만 장소를

알려줬다. 그 뒤 이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와 어울리도록 우리에 넣어졌지만,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침팬지가 있을 때는 먹이 근처에 가지 않았다. 빼앗길 걱정 때문이었다.

대신 무리가 없이 혼자일 때만 이 침팬지는 몰래 먹이를 빼내 먹는 치밀함을 보였다.

야생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유명한 동물연구가 제인 구달 박사의 실험에서도

침팬지의 놀라운 사고능력은 증명됐다. 그녀는 침팬지에게 혼자서 먹을 수 없는 많은

바나나를 줬다. 이 침팬지는 바나나를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 놓고 조금씩 꺼내 먹었다.

심지어 다른 침팬지들이 바나나를 찾자 엉뚱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무리를

그 쪽으로 보낸 뒤 맛난 바나나를 혼자 꺼내먹는 영리함까지 보여 줬다는 실험 결과다.

 

몸짓-표정으로 감정 표현하는 동물들

동물과 인간의 교감은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개에게서 잘 확인된다. 주인이 기쁘면

날뛰고, 주인이 침울하면 조용해지는 개들이 있다. 개가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인데, 실제로 미국 링컨대학교의 실험에서 개는 사람의 감정이 주로 나타나는 얼굴의

오른쪽을 먼저 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동물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까?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 마리안 도킨스

박사는 2000년 미국동물학회지 ‘동물학(Zoology)’에 발표한 ‘동물의 마음과 감정’이라는

논문에서 동물의 감정 표현과 인간의 감정표현은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녀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크게 3가지로 표현된다. 첫 번째는 인지-언어적

표현이다. 말로 알리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 자율신경계에 의한 신체 변화다. 사람은

감정 변화를 겪을 때 심장박동, 체온, 호르몬 수치 등이 달라진다. 세 번째는 행동과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런 세 가지 표현 방식을 그대로 동물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도킨스 박사는

“동물은 두 번째와 세 번째 감정표현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며 “훨씬 더 복잡한

뇌의 작용에 따라 일어나는 인간의 감정을 동물의 감정과 일치시키는 것은 무리지만

몸짓, 행동, 표정으로 일정 부분 교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간-동물 사이뿐 아니라 동물끼리도 교감

유정칠 교수는 “동물의 감정표현은 본능에 근거하지만 학습에 의한 감정표현도

일어난다”며 “같은 환경에 사는 동물끼리 같은 종이 아니더라도 감정을 주고받는

현상이 실제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같은 천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초식동물끼리는 종이 다르더라도 위험에

노출되면 움직임이나 울음으로 서로에게 위험을 알려 돕는다. 이는 동물 사이의 언어라

할 수도 있고, 위급하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러 동물학자들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는 우월감으로 동물과의

교감을 무시하고 있진 않은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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