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만 허우적대는 ‘마린 보이’

깔끔한 만듦새 ‘마린보이’ – 1월 21일자 연합뉴스 기사 중에서.

아니, 같은 영화인데 어떻게 이런 격찬(?)이 나올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난 필자의 느낌은, 추녀가 미녀 탤런트처럼 성형수술해 달라고 할 때

의사가 한다는 우스갯소리 그대로 ‘견적이 안 나온다’였다. 꼬집을 곳이 너무 많고

헛헛 웃음이 터져 나오는 곳도 여러 장면 있었다.

다이빙 명소 팔라우 섬으로 떠날 계획을 늘 세우고 있는 전직

국가대표 수영 선수 천수(김강우 분). 낮에는 수영강사, 밤에는 도박판에서 트럼프를

만지던 그는 인생 역전을 꿈꾸며 뛰어든 도박판에서 억대 빚을 지게 된다.

사채업자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던 어느 날, 그는 괴한들로부터 린치를 당한 끝에 차가운 바다로 던져진다.

바다에서 탈출한 천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마약 비즈니스의 대부 강 사장(조재현

분).

강 사장은 도박 빚을 모두 갚아 주겠다는 조건으로 천수에게 “신종

마약을 몸 안에 숨겨 바다 속을 헤엄쳐 운반하는 마린보이가 돼 달라”고 압력을

가한다.

강 사장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위해 해외 도주를 시도하는 천수.

공항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불법 도박 혐의로 김 반장(이원종 분)에게 체포된다.

김 반장은 천수에게 “강 사장을 체포하기 위한 미끼가 돼 달라”며 강 사장의 마린보이

제안을 수락하라고 강요한다.

천수는 강 사장을 다시 찾아가 마린보이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거기서 유리(박시연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천수는 일본에서 부산을

향한 험난한 바다 속 여정에 몸을 던진다는 스토리.

범죄 스릴러를 표방한 드라마는 관객들에게 미로 같은 복선을

제시하게 마련인데, 이것이 영화에 몰두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

천수는

수시로 벗은 몸통을 보인다. 포스터도 복근을 드러낸 김강우의 측면 사진을 주로

보여 준다.

장국영이 ‘아비정전’(1990)에서 팬티만 입은 채 ‘Maria Elena’

리듬에 맞춰 거울 앞에서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든 뒤 최근 윌 스미스가 ‘나는 전설이다’에서

웃통을 벗고 복근을 내보이며 철봉을 하는 모습까지, 남성의 노출은 여성 관객이

극장을 찾게 하는 흥행 코드로 남발되고 있다.

김 반장 역의 이원종은 ‘미녀는 괴로워’에서 부채도사로 출연해

웃음을 선사했듯 코믹 배우 이미지가 강하다. 그가 ‘마린 보이’에서는 마약범을

체포하는 강력계 형사로 나오니, 아귀가 맞지 않는 미스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은 자신을 후원하는 조직의 보스 김영철의

숨겨진 애인 희수(신민아 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보복을 당한다.

‘마린 보이’에서도 강 사장은 유리에게 신용카드를 성큼 내줄

만큼 물질적 후원을 하는 존재다. 구체적 설명이 없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이들 사이에 강 사장의 명령을 받은 천수가 끼어든다.

유리

역의 박시연은 미모로 남자를 유혹해 파멸로 몰아간다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보아 줘도 사내가 목숨을 걸 만큼의 성적 매력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리고 필자가 여자를 보는 눈이 결코 높지 않다면?

유리와 천수가 급격히 가까워져 러브 신을 펼친다는 설정도 설익은

밥을 먹듯 떨떠름하다.

어설픈 장면은 이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두 사람이 뚜껑 없는

오픈 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는 장면을 보시라.

차는 어느새 천장이 있는 차로 바뀌어 있다.

또 있다. 마지막 무렵. 천수, 강 사장, 유리, 김 반장이 얽힌

채 어스름 저녁에 자동차 추격전을 벌인다. 마침내 천 길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4자

대면을 하게 되는데 시간은 대낮이다. 급하게 영화를 찍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 장면에 이어 유리는 김 반장에게 붙잡혀 권총으로 협박을 당한다.

이에 천수는 항문에 숨겨 둔 마약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곤 “유리야, 잠깐 얼굴 돌려!”라며 타이트한 검은 수영복

하의를 내린 뒤 힘을 주어 마약 덩어리를 빼낸 뒤 “옜다, 가져라”며 던진다. 제작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대로 범죄 스릴러 맞나?

 이 영화의 위안거리라면 천수가 갈망하는 남태평양의 섬

팔라우를 보여 주는 장면과, 천수가 바다 밑에서 수영 선수임을 증명하듯 유영(遊泳)하는

장면 정도다.

‘꿈을 가진 주인공이 꿈을 향해 발버둥 치지만 늘 허우적거릴

뿐이고 누구 편인지 알 수 없는 팜므 파탈(치명적 여성)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가 제작사가 스포츠지와 언론 매체에 뿌린 홍보의 얼개다.

118분 동안 혼란을 느끼고 싶으신 분은 표를 사시기 바란다. 15세

이상 관람가, 2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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