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아들 찾기 위한 모성애 ‘체인질링’

안젤리나 졸리의 처절한 눈물 연기 일품

‘나의 어머니, 내 생애를 소원대로 이루어 주신 어머니. 받은 은혜를 갚아 드려야지요.

어릴 때는 품에 안아 길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인도해 주신 어머니, 고마우신 어머니.

행복이란 말 이상 행복을 내게 주신 어머니.’

70년대 오스몬드 브라더스 멤버로 활동했던 막내 지미 오스몬드의 청아한 보컬에

담겨 빅히트됐던 ‘Mother of Mine’의 가사 내용이다.

반면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은 목소리를 쥐어짜는 듯한 샤우트(shout) 창법에 담은

‘Mother’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토로했다.

‘어머니, 그대는 나를 낳아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사랑을 받지 못했죠.

저는 어머니와 같이 있기를 원했지만, 어머니는 저를 소홀히 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당신께 말하려 해요.

안녕히, 안녕히. 애야 내가 살아온 것처럼 살지는 말아라.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어 가출을 시도했지. 그래서 이제는 너에게 말해. 안녕히, 안녕히. 엄마 떠나가지

말아요. 아빠 돌아오세요.’

이 곡은 친부모가 아닌 이모 밑에서 성장한 존 레논의 불우한 성장 과정을 담은

자전적 노래로 평가된다.

1964년 판초 우의에 시가를 문 서부 무법자로 ‘황야의 무법자’에 출연한 뒤

무려 45년 동안 현역 활동을 하고 있는 할리우드 장인이 있다.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가 이번엔 ‘원티드’ ‘툼 레이더’ ‘미시즈 앤 미스터 스미스’에서 섹시한

여전사 역할을 맡았던 안젤리나 졸리와 만났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구절양장(九折羊腸,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애통) 심정을 담은 ‘체인질링’에서다. 영화 제목은 ‘아이가

바뀌었어요!’라는 의미다.

어느 날 아이의 실종을 알게 된 어머니. 그녀의 애절한 사연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하지만 아들의 행방은 오리무중. 여론의 비판을 두려워한 경찰 당국은 어느 날 아들과

비슷한 또래 아이를 대타로 내세워 어머니에게 안긴다.

‘아이가 바뀌었어요,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에요!’

어머니는 반박하지만, 빅 뉴스를 만들어내려는 매스컴은 그녀의 외침을 아들을

다시 만나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인 것처럼 포장한다.

이 영화에선 행방이 묘연한 자식에 대한 애끓는 모정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래서

앞서 ‘Mother’가 들어간 팝송들보다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75년 히트곡 ‘My Boy’의 노랫말처럼 ‘잠든 나의 아들아, 너는 나의 생명, 기쁨,

그 모든 것이다’가 더 적합해 보인다.

할리우드 공개 당시 ‘아이를 찾으려고 하는 어머니, 그녀는 아무도 못하는 일을

했다(To find her son, she did what no one else dared)’라는 선전 문구가 함께

했다.

‘체인질링’은 갑자기 납치된 외동아들을 되찾으려는 어머니의 행적을 통해 강력

사건을 은폐하려는 공권력의 횡포, 이에 화답하듯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의료진들의

편의주의적 행각 등을 통해 소시민의 절규가 ‘미친 행동’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간호사과 흰색 가운의 의사들이 아이를 잃은 여인을

정신병자로 몰아 폭압적인 의료 치료를 가한다.

이런 설정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노역을 피하려고 미친 척 하다

정신병원에 보내져 결국 의료진의 전기 충격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급기야 인디언

추장에 의해 피살당하는 맥머피(잭 니콜슨 분)의 흔적을 떠올려 준다.

배경은 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직장 여성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 분)은 외아들

월터가 갑자기 사라지자 아들을 찾아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지만 결국 아들을 찾지

못한다.

‘아들은 꼭 살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대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작년 5월 칸 영화제 출품 당시 밝힌 “이 영화는 인간의

정신, 본성에 관한 연구이며 스토리는 대부분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연출론과

일맥상통한다.

이스트우드는 일관되게 ‘아이 실종 사건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보낸다.

아이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자신은 정신병원에 수감돼 미친 여자로 전락하는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검정색 마스카라가 흘러내릴 정도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는 안젤리나 졸리의 절절하고도 묵직한 연기는 회색빛 화면과 조화를 이루면서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감흥을 던져 준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시선을 끌만한 장면이 부족해 폭발적 반응을 받기에는 거리가

멀게도 보인다.

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나 아이를 낳을 예비 부모 입장에 놓이는 관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혹한 운명을 혈혈단신 겪어나가는 어머니의 처연한 심정에 공감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크리스틴에게 주어지는 공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목사

구스타브(존 말코비치 분)의 열연도 돋보인다. 1월 22일 개봉. 141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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