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온갖 방법으로 리베이트 제공

공정위, 2천억 뿌린 7개사에 204억원 과징금

다국적 제약사들이 겉으로는 스스로 정한 윤리규정을 내세우면서도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실제로는 국내 제약사 못지않은 많은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엠에스디(MSD), 화이자, 릴리,

오츠카 등 5개 다국적 제약사와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국내 2개 제약사 등 국내외

7개사가 약 2000억 원 규모의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 등을 잡고 시정 명령과

함께 모두 20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그간 오리지널(신약)이 없는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시장을

놓고 벌였던 리베이트 경쟁 양상이 제품력으로 승부한다는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나타났을

뿐 아니라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 제약사들은 그간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윤리 행동 강령’까지 정해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공정위 조치가 관련 규정을 임의로 판단해 내린 것이라며

대부분 행정소송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로 국내사인 10개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2007년에

적발했을 때는 현금 지원, 골프 접대 등 의사에 대한 직접적인 리베이트 행위가 다수였던

반면에 금번 조사 대상 제약사들은 주로 제품 설명회, 세미나 등 제품 설명과 판촉

과정에서 교묘하게 지원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사 제품을 환자에게 처방해 주는 것을 대가로 의사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임상시험 비용 명목으로 금전을 건넸으며, TV, 냉장고, 가구, 약조제

봉투, 의료기기 등 병원 비품을 제공하고 병원 환자 유치 활동도 도왔다.

공정위 발표 제약사별 위반 내역

공정위가 조사 발표한 국내외 제약사별 위반내역은 다음과 같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컴퓨터, 심전도 기기, 실험용

기자재와 함께 병원이 채용한 연구원의 급여도 지원했다. 처방 관련 의사 및 그 가족들에게

학회 참석 경비 등을 대줬으며, 처방에 영향력이 큰 의사들을 선정해 회사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계약을 체결, 금품을 제공했다.

특히 고문이나 자문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계약 시점에 일정한 금품을 계약금

명목으로 미리 지급한 사례도 있다. 처방을 많이 해주었다는 대가로 병원 의사와

그 가족들에게 사냥이나 관광, 숙박 등 접대를 했다.

▽한국MSD(주)= 자사 제품 처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사들의 성향을 분석, 그룹화해

각 그룹에 따라 판촉 수단을 달리하는 수법을 써왔다. 즉 그룹 1은 영향력이 크고

판촉에 민감한 의사들인데 이들에게는 관련 학회로 금품을 기부하거나 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해 관리해 왔다.

영향력이 크고 지식지향적인 그룹 2, 3은 임상시험과 심포지엄 등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영향력과 판촉에도 민감하지 않은 그룹 4는 일상적 방문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해 왔다.

특히 이 회사는 약 250억 원 규모의 탈모 치료제 시장 석권을 위해 경쟁품인 동아제약

알로피아정에 대해 국내산이 아닌 인도산이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른바 킬러

메시지를 만드는 등 경쟁사의 영업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 왔다는 것.

▽한국화이자제약(주)= 자사 제품의 처방 대가로 두세 명의 의사가 참석하는

식사 접대를 하거나, 신규 처방을 끌어내기 위해 약품 설명회를 명목으로 한 식사

제공, 파티 비용 제공 등으로 판촉을 단계화, 세분화해 리베이트를 지원했다.

약사법상 시행 의무가 없는 시판 뒤 조사를 ‘관찰 연구’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면서

의사 등에게 임상연구비를 제공하거나 의국 운영비를 지원했다.

▽한국릴리= 주최하지도 않은 병원 행사 즉 연수 강좌, 심포지엄 등에

들어가는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원하고 거래처 병원에 노트북을 비롯, 프로젝터, TV,

DVD 플레이어, 냉장고, 공기청정기, 가구, 침대 등을 제공했으며 거래하는 병원이나

의원에 자이프렉사, 알림타, 젬자 등 자사 제품 총 3억 2500만 원 어치의 의약품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한국오츠카제약(주)= 처방 의사들에 대한 골프 접대, 제품 설명회 명목의

비공식 의사 모임을 지원하고 의사와 동반 가족 총 109명을 지역별 정신과 심포지엄에

초청 형식으로 불러 행사 경비를 제공했다.

자사 제품인 아빌리파이의 월 처방 금액이 300만 원 이상인 의사를 대상으로 아빌리파이

아카데미라는 이름을 붙여 일본 시찰 행사를 열고 관광을 포함한 경비 일체를 제공했다.

▽대웅제약= 의료기기와 진열대, 청소기, 조제 봉투 등 병원 비품을 제공했고

해외 학회 참석하는 의사에게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6년

하반기에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의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고 각종 행사비 등을 지원했다.

대웅제약은 자사 오리지널 약품인 글리아티린(치매 치료제)의 복제 약을 경쟁사들이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제일약품= 란스톤 등 자사 제품 15개 품목뿐 아니라 리피토, 뉴론틴 등 한국화이자의

프로모션 대상 품목에 대해서도 골프 접대 상품권 및 각종 물품을 제공했다. 처방

대가로는 상품권을 비롯 주유권, 기프트 카드 등을 제공하거나 해당 병원에 필요한

가구와 물품을 지원했다.

의국과 해당 과에 대해선 회식비 지원을 위해 신용카드를 빌려 주었으며 의사

부부동반 야유회, 등산, 영화 관람에 이르기까지 금품을 제공한 것. 2006년 한 해

동안 종합병원 소속 의사 336명에 대해 해외 학회 참석 명목으로 항공료, 숙박비

등 총 13억3천6백만 원을 제공했다.

 

    이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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