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잘못하면 신뢰회복 안된다

일단 신뢰관계 구축되면 중간 실수는 용납

처음에 신뢰를 깬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신뢰 관계를 회복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 연구진은 학생 138명을 대상으로 심리학에서 ‘죄수의 딜레마’라

불리는 게임을 2인1조로 하도록 했다.

이 게임은 두 범인이 경찰서에 잡혀간 상황을 전제로 한다. 둘이 각자 다른 방에서

취조를 받는 상황에서 두 사람 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면 모두 풀려나올 수 있다(상황

1). 반면 둘 다 자기만 살겠다는 생각에 동료의 범행을 불면 둘 다 처벌 받는다(상황

2). 또한 한 사람은 동료의 범행을 불고 나머지는 신뢰를 지키면 신뢰를 지킨 사람만

처벌 받게 된다(상황 3)는 상황이다.

게임 참가자들은 이 게임의 원리를 잘 알고 있었다. 연구진은 그래서 둘 다 의리를

지키면(상황 1) 24달러씩을 주고, 둘 다 배신하면(상황 2) 6달러씩을 주며, 1명만

의리를 지키면(상황 3) 의리를 지킨 사람에게 6달러, 배신자에게 30달러를 준다고

미리 알려 줬다.

실험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과 원격 게임을 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로는 컴퓨터와

게임을 했다. 총 30번씩 결정을 주고받는 동안, 컴퓨터는 특정 시점에서만 상대를

배신하도록 프로그램 됐다.

A 그룹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게임에서 바로 배신하도록 프로그램된 컴퓨터와 게임을

했고, B 그룹은 6, 7, 12번째에서 배신을 당하도록 돼 있었다. C 그룹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컴퓨터와 게임을 했다.

이렇게 배신하도록 정해진 회차 이외에 컴퓨터는 시종 협력적인 태도로 게임에

임하도록 프로그램 됐다.

20번째까지 게임을 마치고 10번 남은 상황에서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남은 게임이

중요하다. 당신이 배신하면 당신과 상대방의 신뢰는 회복할 수 없다. 단, 당신이

정말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남은 게임이야말로 당신이 상대를 골탕먹일 마지막

기회”라고 알려 줬다. 게임 종반부에 신뢰를 회복하도록 촉구한 지시였다.

이렇게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장에 배신을 당한 A 그룹은 끝까지 상대를 믿지

못했다. 게임 중반에 배신을 경험한 B 그룹은 마지막 10번 게임에서 90% 이상이 의리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 종반에서의 신뢰 회복 노력은 B 그룹이 오히려 C 그룹보다 높았다. 시종일관

협조적 자세를 유지한 C 그룹의 컴퓨터에게 인간 참여자들이 ‘마지막 사기’를 치려

들며 일부 배신 행동을 한 결과였다.

반면 중간에 배신을 당했지만 상대방이 개과천선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프로그램된

B 그룹의 컴퓨터에 대해 인간 참여자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는 결론이다.

게임 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A 그룹은 상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B 그룹은 상대를 덜 부정적으로 봤다.

연구를 주도한 로버트 라운트 교수는 “신뢰 관계를 원한다면 처음에 잘해야지

처음에 배신을 하면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할리우드 영화에선 ‘처음에

미워하다 나중에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이 자주 나오지만, 실제 인간관계에서 이런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B그룹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일단 강한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에는

중간에 실수나 배신을 해도 노력을 통해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성격과 사회 심리학 편람(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최근 호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데일리, 미국 의학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8일 보도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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