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얼굴이 왜 내 얼굴처럼 보이지?

‘동시간 경험’ 하면 남 얼굴을 자기 얼굴로 착각

다른 사람의 얼굴 사진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화면 속 얼굴과 내 얼굴이

동시에 만져진다는 착각을 주면 화면 속 다른 사람 얼굴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런던대학교 정신의학과 마노스 차키리스 박사 팀은 평균 나이 22.6세인 남녀

12명(남 4, 여 8)에게 이들이 전혀 모르는 제3자의 얼굴을 컴퓨터 화면에 보여 주면서

동시에 실험 보조자가 옆에서 붓으로 이들의 얼굴을 쓰다듬도록 했다.

이때 화면 속에서도 똑 같은 붓이 나타나 마치 지금 피실험자의 얼굴을 쓰다듬는

붓이 화면 속 얼굴도 동시에 쓰다듬는 듯한, 즉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주도록

했다.

이어 연구진은 피실험자의 얼굴과 화면 속의 제3자 얼굴을 다양한 비율로 섞어

만든 컴퓨터 합성 사진들을 연속적으로 보여 주면서 “당신의 얼굴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얼굴에서 단추를 누르라”고 시켰다.

그러자 피실험자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의 얼굴 46%에 제3자의 얼굴이 54% 섞인

사진을 골랐다. 동일한 붓으로 똑 같이 쓰다듬어지는 듯한 착각을 주는 영상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 특징이 더 많이 섞인 얼굴을 자기 얼굴이라고 고른

결과였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이 같은 현상은 현실의 붓과 화면 속의

붓이 동시에 피실험자의 얼굴을 쓰다듬을 때, 즉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줬을 때

가장 두드러졌다.

시간차를 두고 붓이 얼굴을 쓰다듬을 때, 즉 현실의 붓이 피실험자 얼굴을 쓰다듬은

뒤 조금 시간차를 두고 화면 속의 붓이 제3자의 얼굴을 쓰다듬는 모습을 본 뒤 진행한

동일한 실험에서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비율이 떨어졌다.

차키리스 박사는 이번 실험에 대해 “사람이 자신의 얼굴 또는 팔다리를 자기

것으로 인식하는 과정에는 거울에 비친 영상이 큰 작용을 한다”며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지는 모습이 동시에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자기 얼굴과

손을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식 시스템은 마네킹의 손을 이용한 다른 실험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그 실험에서는 화면 속 고무 손을 다른 사람이 만지는 화면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피실험자의 손에 다른 사람이 만지는 자극을 전달했더니, 피실험자들이 화면 속 고무

손을 자기 손처럼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차키리스 박사는 “경험의 공유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 얼굴이 나와 더 비슷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자기 얼굴을 인식하고 사회적

자아도 형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더 나처럼 느낀다면, 우리가 다른 사회 계층, 인종, 이성을

대하는 태도가 바뀔지도 모른다”며 “앞으로 경험의 공유를 통해 선입견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 (PLoS One)’에 작년

12월 24일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7일 소개했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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