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어린이 돕는 쪽방촌 장애인

무료수술에 보답하려 화상재단에 성금 이재환씨

 

병원의 도움으로 화상 치료를 받은 지체장애인이 어려운 생활에도 불구하고

자기처럼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에게 무료 치료를 해달라며 폐지를 모은 성금을 전달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12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 사회복지과에 60대 남자가 다리를

절며 들어온다. 그는 3000원을 내놓고는 “올해 마지막 성금입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라며

뒤돌아섰다.

사회복지과 황세희 주임이 보여준 통장에는 그가 2008년 초부터 한 달에 두세

번씩 병원을 방문해 내놓은 3000~4000원이 또박또박 찍혀 있다. 모인 돈이 벌써 10만

원을 넘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이재환(64세) 씨를 쫓아가 봤다. 영등포역 근처 골목골목을

돌아 깊숙이 들어가 있는 집의 쪽방 여덟 개 중 가장 구석 방이 그의 보금자리였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공간인 데다 창문도 없다.

그의 한달 수입은 41만 원.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합친 금액이다. 여기서

쪽방 월세 25만 원을 빼면 16만 원이 남는다. 식사는 장애인 무료급식소에서 주는

점심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다.

혼자 살기도 이렇게 벅차지만 그는 오늘도 거리로 나가 빈 병, 플라스틱, 종이

박스, 파지 등을 주워 고물상으로 향한다. 요즘 파지 값이 떨어져 며칠 모은 물건을

가져가 봐야 그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천 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뿐이다.

이렇게 모아진 돈이 3000~4000원이 되면 그는 또 한강성심병원으로 향한다.

98년 한강성심병원에서 무료 피부이식 수술

그가 이 병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당시 병원 측은 한 TV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아 화상 상처로 무릎을 구부릴 수 없던 그의 다리에 피부 이식 시술을 해 줬다.

그는 여덟 살 때 쥐불놀이를 하다 바지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오른쪽 발목부터 엉덩이까지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고아로 자란 그에게 제대로 된 치료란 있을 수 없었다.

이후 불편한 다리 때문에 목발을 짚어야 했던 그는 부산 고아원에서 자라다 서른

셋 때 상경했다. 서울역 앞에서의 2년간 노숙 생활을 거쳐 영등포에 자리잡고 한때

이삿짐센터와 주차장 아르바이트 일도 했었다.

45년간 지팡이 신세를 졌던 그에게 한강성심병원의 무료 수술은 새 삶의 계기가

됐다.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된 그는 수술 이듬해인 1999년부터 한국사회복지재단

천안지부에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왔다.

거기다 2008년부터는 자신 같은 화상 환자를 도와달라며 한강성심병원을 통해

한림화상재단에 기부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큰돈이 아니더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것이 내 신조”라며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 화상 환자와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화상치료를 무료로 받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오늘도 찬바람 부는 영등포 거리를

걷는다.

이수진 기자 sooji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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