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U-시티 구상들인가

쓸사람 제치고 지자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장사 좀 된다 싶은 업종이 있으면, 그 업종은 순식간에 우후죽순을 이룹니다.

안동찜닭이 그랬지요. 닭고기에 야채와 당면이 어우러져 매콤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일종의 퓨전 닭요리입니다.

우선 값에 비해 양이 푸짐합니다. 여럿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기에 딱 좋은 음식이지요. 지난 2000년 초 한 두 개 보이던 간판이 일

년이 채 안 돼 ‘찜닭 물결’을 이뤘습니다. 다시 일 년쯤 지나니, ‘원조’ 싸움을 벌였지요.

이내 ‘찜닭 물결’은 ‘원조 찜닭 물결’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찜닭 시장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이삭’도 그랬습니다.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즈음 테이크아웃(Take-Out)

붐을 타고 탄생한 토스트 가게입니다. 1,000원 짜리 한 장을 내면 먹음직한 토스트와

우유, 그리고 음료수를 포장해 줍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기 일쑤인 학생과 직장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지요.

이도 금세 시들해졌습니다. 일 년 새 엇비슷한 가게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입니다.

비슷한 프랜차이즈만 10곳이 넘습니다. 이 시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남들 잘된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끼어든 탓입니다.

전국이 또다시 U-city 열풍에 들어갈 태세입니다. 각 지자체 별로 도시 현대화

또는 미래도시 구축 등 나름대로 슬로건을 내걸고 U-City 건설에 나서고 있지요.

U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줄임말입니다. 고도로 발달된 유무선 네트워크(USN)와

단말기(RFID)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이미 지난 2005년을 전후해 한바탕 U 열풍이 지나갔던 적이 있지요. U-city 부산,

U광주, U-city 수원, 심지어 U강남구도 있었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U강원을 모토로

관광산업과 연계한 U-city 구축에 나섰지요. ′U′자 붙지 않은 지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U-city 열풍은 정부가 미래 한국의 비전 실현의 하나로 추진 중인 ′u코리아′

건설을 위해 바람직한 일일 수 있습니다. u코리아 건설의 전제 조건이 모든 지자체의

U-city화라면 말입니다.

광역 자치단체 16개와 기초 자치단체 234개가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등학교 때 배운 수식을 적용하면 ′U(16+234) = u코리아′이니 산술적으로는 맞습니다.

U환경의 기본 셀(cell)이라고 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집 안은 물론 집 밖에서도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지요. 집 안에서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곳곳에 설치된 칩과 모니터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U-시티는 u코리아에 도움이 될까

U-city 건설을 내건 한 지자체의 담당자에게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도시

전역에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정보 격차를 해소한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런

목적을 위해 초고속망을 확충하고 행정전산화 작업을 마무리 중이라고 전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역 특산품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PC나 휴대전화로 이를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텔레메틱스를

활용해 관광명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군요.

u코리아의 U와 U-city의 U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U의 수혜자가

 달라 보입니다. u코리아의 주인은 이용자인 국민입니다. 의료, 교통, 물류,

통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이용자 중심의 U인 셈입니다.

그러나 U-city는 사뭇 차이가 있습니다. 인터넷 접근성 강화, 지역 홍보망 구축,

교통 서비스 현대화 등 지극히 공급자 중심의 이해에 머무는 게 현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의료 서비스 소외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제공할

것인가 에서부터, 지역특산물 생산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IT기술을 어떻게 조합해

네트워크에 올린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들의 수혜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녹아 있지 않은 탓이지요.      

도시 이름에 U 자를 붙이고 경쟁적으로 예산을 요구하기 전에 U가  무엇인지,

어떻게 U 환경을 만들 것인지, U 환경 조성을 위해 선행될 점이 무엇인지 등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찜닭 가게를 열기 전 어떻게 하면 찜닭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 시장상황은

어떤지, 가게 터 주변의 구매력은 어느 정도인지 연구하고 조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U-city 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과정을 고민해야 지자체간 경쟁을 통해 u코리아

건설에 일조할 수 있습니다.

무스탕이란 옷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추울 때 입지요. 겨울철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많지 않은 남쪽 지방 여성들마저 너도나도 이 옷을 입기 시작하자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왔지요. "쥐나 개나 무스탕이지…"라는. 전라도 지역에는 “기(게)나

고동이나” 라는 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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