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쥐면 말 따로 행동 따로

60년대 ‘밀그럼 실험’ 재연…결과는 동일

1961년 미국 예일대에서 이뤄진 악명 높은 실험이 있다. 실험 참여자를 ‘조사관’과

‘피의자’로 나눠, 조사관이 묻는 질문에 피의자가 틀린 대답을 할 경우, 피의자에

팔에 연결된 전기줄을 통해 전기 충격을 주도록 한 실험이었다.

예일대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럼이 한 이 실험에서 조사관 역할을 부여 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전기충격에 괴로워하는 상대방 피실험자들에게 놀랄 정도로 높은

전압을 흘려 보내 충격을 안겨 줬다.

거의 50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클라라 캠퍼스의 제리 버거 박사에 의해 진행됐다.

버거 박사는 20~81세 남자 29명과 여자 41명을 피실험자로 선택했다. 미국인의

평균을 반영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뽑은 사람들이었다. 실험은 조사관의 질문에

피의자가 틀린 대답을 할 경우 전기를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밀그럼 실험’ 때와

동일했다.

단 조사관은 최고 450볼트까지 스위치를 조작할 수 있었지만, 피의자에게 실제로

전해지는 전압의 최대치는 150볼트로 한정시켰다. 150볼트까지는 피실험자의 실제

신음소리를 조사관이 듣도록 했고, 그 이상으로 전압을 높일 경우는 연기된 신음소리로

고통을 전달하도록 했다.

150볼트를 한계치로 한 것은 밀그럼 실험에서 피의자의 신음소리에 조사관이 심리적

갈등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이 150볼트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조사관 자격으로 참가하는 피실험자들에게 “역할에 갈등을 느끼면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다. 중간에 그만 두더라도 약속된 보수는 전액 지불된다”는 사항을 세 번이나

알려줬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피의자’들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하는 150볼트 까지

전류를 높인 조사관은 70%나 됐다.

버거 박사는 밀그럼 실험에 약간의 변형을 줬다. 즉, 전압이 150볼트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한 조사관이 일어나 “난 더 이상 못하겠다”며 도덕적 모범을 보이도록

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범에 아랑곳없이 조사관의 63%는 150볼트 이상까지

전기를 계속 흘려 보냈다.

물론 이번 실험에서 150볼트 이상으로 전기를 흘려 보낸 사람은 70%로 밀그럼

실험의 82.5%보다는

적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압도적 다수가 150볼트 지점을 통과하는 잔인성을 보였다.

밀그럼 실험에서는 최대 전압인 450볼트까지 흘려 보낸 조사관이 79%나 됐다.

밀그럼 실험에서 조사관 자격으로 참가한 사람들은 실험 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극소수만이 “최고 전압까지 누를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막상 전기충격 버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조사관들의 태도는 대부분 달라졌다. 권력이 조사관들의 도덕적

개념을 간단하게 무력화시킨다는 증명이었다.

버거 박사는 이번 실험에 대해 “밀그럼 실험의 결과는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효하다”며

“60년대 사람들이 더 권위에 복종적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님이 이번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상황에 사람을 놓으면 사람들은 놀랍고도 당황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며 “이라크 아부 그레이브 감옥에서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미군의 잔혹행위

등에서도 인간의 이러한 측면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리학회 학술지인 ‘미국 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

1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영국방송 BBC과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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