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센 아이, 상처받으면 더 공격적”

지금까지 심리학 통설 뒤집는 연구결과

마음에 깔린 열등감이 폭력의 뿌리라는 심리학의 통설과 반대로 오히려 자존심이

센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면 더 공격적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교육학자들은

가급적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 자존감을 키우라고 독려했지만 이에 반하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미국의 미시간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 대학과 위트레흐트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미시간에 사는 10~13세 중학생 163명을 대상으로 자기애와 공격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백인이었고, 54%는 남자 아이였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자존심과 자기애(나르시시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다음 공격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물어서 자존심에 대해 수치화했다. 연구진은 질문지에서 ‘어떤 아이는 자기와 같은

성격인 사람을 좋아한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하는 일들에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등의 설명을 나열하면서 아이들에게 각각의 설명에 자신이 해당하는지 물었다.

자기애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과대망상적인 생각 △자신의 우월감이나 지위에

대한 의기양양한 생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태도 등을 평가했다.

설문지에는 ‘내가 없으면 우리 반은 훨씬 재미없을 것이다’ ‘나 같은 아이는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나는 종종 친구들의 존경을 받는다’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어 아이들에게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사는 동갑내기와 누가 더 빨리

반응하는지를 겨루는 인터넷 게임을 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실제로 경쟁

상대방은 없었으며 모든 상황은 컴퓨터에 의해 관리됐다.

연구진은 아이에게 “상대방이 토너먼트 결과 최악의 점수를 받았으니 분명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줬다. 또 게임의 결과는 누구나 볼 수 있게 웹사이트에

공개되며 게임에서 이기면 요란한 음악과 함께 승리를 축하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험 결과,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자기애가 강한 아이들은 게임에서 져서 수치심을

느꼈을 때 큰 공격성을 보였다. 창피한 상황에서 자아를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위협과 공격성을 보였던 것. 반면, 자존심이 약한 아이들은 상처 입은 자존심을 지킬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건대 심리학과의 브래드 부쉬먼 교수는 “자존감으로 꽉 찬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창피스러운 상황에서 더 상처입기 쉬운 경향이 있거나 혹은 그런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존감이 약한 아이의 내면에 공격적 성향이 깔려있다는 고정관념을

지지하는 결과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아동 발달(Child Development)’ 12월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의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19일

보도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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