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는 동정심이 없다

약자에 동감 못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힘들다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약자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을 느끼기

힘들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권위나 지위에 따른

책임) 실천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게르벤 반 클레프 박사 팀은 피실험 학생들을 상대로

우선 ‘스스로를 강자로 여기는지, 약자로 여기는지’를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그런 다음 무작위로 학생 두 명씩을 짝지어 마음의 고통에 대해 얘기를 나누도록

했다.

모든 학생에게는 심리적 반응을 살피기 위해 심전도 검사기가 부착됐다. 상대방의

고통을 듣고 동정심을 느끼면 심장박동수가 떨어지면서 조용하고 느슨한 기분이 되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측정 결과,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상대방의 고통을 들으면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상대방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심전도 검사 뒤 ‘파트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기입하라’는 설문조사에서도

스스로를 강자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약자로 보이는 파트너와는 앞으로 별로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경우가 많았다. 즉, 힘들어하는 약자와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반 클레프 박사는 이번 실험의 결과에 대해 “이른바 주류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연민이나 동정심을 잘 느끼지 않으며, 이는 그들이 이미 많은

이득을 누리며 상황에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강자들의 이러한 경향은 이익을 위한 강자끼리의 사회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반대로 대인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정서를 느끼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리과학협회가 펴내는 심리학 전문지 ‘심리과학 (Psychological

Science)’ 12월 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정신

의학 전문 사이트 사이키 센트럴 등에 17일 보도됐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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