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줘야 남는 ‘기브 앤 테이크’의 진실

독식하려 들면 오히려 적게 먹는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는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준다는 의미다.

이게 잘 돼야 거래든, 사랑이든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먼저

주고, 누가 먼저 받느냐다.

미국 시카고대학 심리학과 보아즈 케이사르 박사 팀은 실험을

통해 ‘누가 먼저 주고 누가 먼저 받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음은 실험의 구체적 내용이다.

연구진이 택한 방식은 보통 ‘독재자 게임’이라 불린다. 독재자(결정권자)가

마음대로 정하고 국민은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실험 1: ‘내가 먼저 가져간다’는 인상을 줄 때

연구진은 피실험자 학생에게 “여기 100달러가 있는데, 옆방 학생이 얼마를 가져갈지는

당신이 먼저 얼마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당신이 50달러를

먼저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연구진은 다시 100달러를 피실험자에게 건네며 “똑 같은

방식으로 한번 더 나누는데 당신 마음대로 액수를 정하라”고 한다. 그러자 피실험자

학생 40명은 평균 50.50달러를 가져가 건넌방 학생에게 49.50달러를 남겨 줬다. 대등하게

나눈 셈이다.

∇실험 2: ‘남이 먼저 가져간다’는 인상을 줄 때

위 실험 1과 똑 같은 방식이지만 차이는 처음 설명할 때 “1백달러를 당신과 옆방

학생이 나눠 가져야 하는데, 옆방 학생이 이미 50달러를 가져가 남은 50달러를 너에게

준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이번에는 너에게 100달러를 줄 테니 당신이 나눠

봐라”고 시키자, 피실험자 학생 40명은 평균 58달러를 갖고, 42달러만 옆방 학생에게

남겨 줬다. 상대방이 먼저 가져간 데 대해 복수를 한 셈이다.

첫 번째 분배 자체가 50달러 대 50달러로 너무나도 평등하게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상대방이 먼저 가져갔다’는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복수심을 느끼게 된다는

결론이다.

∇실험 3: 여러 번 입장 바꿔 보기

실험 1, 2에서는 ‘독재자’와 ‘국민’의 역할을 한 번만 바꿨지만, 이번에는

일곱 번 연속 바꿔 봤다. 피실험 학생 40명이 2인 1조를 이뤄 독재자 권한을 주고받았다.

연구진은 실험 1, 2와 마찬가지로 “첫 분배는 공평하게 50달러씩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도 ‘누가 첫 번째 분배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갈라졌다.

연구진은 입장을 모두 몇 번 바꾼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으며, 7번째

입장 바꾸기를 마친 뒤 바로 실험을 중단시키고 그 때 남은 돈의 액수를 기록했다.

“내가 먼저 50달러를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분배를 시작한 경우는

피실험 학생 40명이 상대방에게 남겨 놓은 액수는 55달러였다. 상대방에게 더 큰

돈을 준 셈이다.

반면 “저 쪽이 먼저 50달러를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경우 최종적으로

상대방에게 남겨 놓은 돈은 평균 33달러에 불과했다. ‘저쪽이 먼저 가져갔다’는

생각에 감정이 상하면서 이쪽에서 야박하게 욕심을 부리자, 저쪽에서도 야박하게

나누기 시작하면서 분배 액수가 점점 불균형해지는 현상이다.

∇실험 4: 후하게, 똑같이, 야박하게 차등을 두고 나눈 결과

여태까지는 100달러를 50달러씩 나누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차등을 둬서

나눠 봤다. 이번에는 학생 120명이 피실험자로 참석했다.

처음 나온 100달러에 대해 옆방 학생이 ‘독재자’ 역할을 맡아

△후하게 자신은 30달러만 가지고 피실험 학생에게 70달러를 나눠 줬다 △평등하게

50달러씩 나눴다 △야박하게도 자신은 70달러나 가져가고 피실험 학생에게는 30달러만

남겨 놓았다고 각각 알려 줬다.

그리고 이어 “자, 새로 100달러가 나왔는데 어떻게 분배할 거냐”고 물었더니

피실험 학생 120명은 평균 53달러, 45달러, 34달러를 각각 상대 몫으로 남겼다.

상대방이 후하면 나도 후하게 베풀려 노력하지만, 상대방이 야박하게 시작하면

나도 야박하게 복수하겠다는 감정이 바로 표출된다는 실험 결과다.

케이사르 박사는 이번 실험에 대해 “경제에서는 가격이란 게 있어 객관적으로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사회적 관계에서는 100달러를 똑같이 50달러씩 나눈다고

해도 ‘누가 먼저 50달러를 가져 가냐’에 따라 감정이 개입하면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 결과를 두 문장으로 정리했다. 내가 먼저 결정권을 가질 때의

거래 공식은 “내 등을 긁어 주라. 그러면 나도 당신 등을 긁어 줄께”다. 그러나

상대방이 먼저 결정권을 가질 때, 특히 상대방이 야박하게 자기 이득만을 챙길 때의

대응 공식은 “내 한 눈을 뽑아라. 그러면 나는 네 두 눈을 다 뽑겠다”로 바뀐다는

설명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12월 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17일

보도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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