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술넘기다 뇌기억 잃는다

'어젯밤 무슨일이?' 블랙아웃 막는 7계명

은행원 박선재(31)씨는 이번 주말에 잡힌 회사 송년회가 벌써 두렵다. 친절한

성격으로 인기만점인 그의 단 하나 단점은 술자리에서 ‘필름’이 자주 끊긴다는

것이다.

술 마신 다음날 동료로부터 “자동차를 발로 차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는 아찔해진다. 박 씨는 최근 ‘필름이 끊기는’ 횟수가 많아지고

시간도 길어져 고민이다.

과음이 잦은 사람이라면 박 씨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대개 웃어넘기는 일이지만, 그러나 이런 일이 자주 되풀이된다면

급성 뇌 장애나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필름’은 왜 끊기나?

술 마신 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의학 용어로 ‘블랙아웃(정전)’이라 불린다.

블랙아웃은 짧은 시간에 빨리 술을 마시면 발생한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이종섭 원장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술을 많이 마시면, 혈액 속의 알코올이 전신을 돌아다니며 특히 혈액이

많이 공급돼야 하는 뇌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며 “알코올이 대뇌의 해마를 마비시켜

단기 기억이 저장되지 않으면 블랙아웃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뇌의 해마는 기억의 입력과 출력을 관장하는 부분으로, 지나친 음주로 해마가

마비되면 특히 단기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므로 그 다음날 아무 것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블랙아웃은 알코올이 해마에 직접 영향을 미쳐 뇌가 정보를 입력, 저장, 회상하는

과정 가운데 입력 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발생한다. 저장된 정보가 없으니 출력할

정보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블랙아웃 현상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기억상실증이나 건망증과는 다르다.

‘필름’ 끊겨도 집에 찾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렇다면 이렇게 기억을 못하는 상태인데도 어떻게 만취한 사람이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찾아올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단기 기억은 입력이 안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뇌에 이미 입력돼 있는 집 위치 같은 장기 기억은 회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이라도 술 마신 뒤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50대 이후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블랙아웃 현상이 6개월 안에 2~3회 이상 되풀이되거나 10번 술을 마시면

2~3번 이상 나타난다면 위험한 상태로 간주한다.

이종섭 원장은 “블랙아웃은 술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해 발생한다”며 “블랙아웃을

막으려면 음주 양과 속도를 늦춰 간에서 알코올이 충분히 분해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알코올이 뇌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다사랑병원이 추천하는 블랙아웃 막는 7계명이다.

▽ 술 마시기 전에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바로 위에서 대부분 흡수돼 간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위 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장으로 내려가 농도가 낮아진 뒤 천천히 간으로 전달된다.

▽ 천천히 마신다

소주 한 병을 30분 안에 급히 마시는 것이 소주 두 병을 2시간 동안 천천히 마시는

것보다 훨씬 해롭다. 급히 마시는 술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고 중추신경과 호흡중추를

마비시켜 급성 알코올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마시는 술의 10% 정도는 호흡으로 배출되므로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마시면 좋다.

▽ ‘원샷’을 피한다

알코올은 간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따라서 술을 급하게 마시면 갑자기

늘어난 이산화탄소 제거를 위해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혈액순환이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진다. 이런 변화는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을 높이며 심혈관 장애로 연결될

수 있다.

▽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은 몸 속의 알코올을 희석시킨다. 또한 포만감을 주면서 술을 적게 마시게 한다.

일반적으로 체격이 작은 사람은 혈액의 양도 적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빨리 높아지므로,

술 마시기 전에 물을 마셔 체액을 증가시키면 도움이 된다.

▽ 전날 수면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음주를 피한다

몸이 피곤하면 간의 해독 능력이 떨어져 조금만 마셔도 쉽게 취한다.

▽ 음주 시 담배를 삼간다

담배를 피우면 간으로 산소가 적게 가서 간의 해독력이 떨어진다.

▽ 간에 쉬는 날을 준다

한번 술을 마신 뒤 다음 술자리를 갖기까지 3~4일 간격을 둔다. 음주 뒤 72시간이

지나야 간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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