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한 뇌는 좋은 추억만 남긴다

노인 뇌의 기억 방식, 젊은이와 달라

추악한 일이나 장면을 대했을 때, 젊은이들은 감정을 강하게 개입시키며 기억하는

반면, 노인들은 감정개입을 줄이고 이성으로 걸러 추악한 기억이 되도록 남지 않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캐나다 앨버타대 의대와 미국 듀크대 공동 연구진이 추악한 장면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20대와 70대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으로 촬영함으로써 밝혀졌다.

연구진은 신체 일부가 잘라져 나간 사진 등 추악한 사진을 보통 사진과 섞여 피실험자에게

보여 주면서 사진에 대한 감상을 ‘아주 기분 나쁘다’ ‘보통이다’ 등으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피실험자들의 뇌 작동 방식이 촬영됐다.

그 결과, 70대와 20대 모두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편도의 활동성은 비슷했으나,

편도가 뇌의 다른 부분과 상호 작동하는 연결 방식에는 차이가 드러났다.

20대는 추악한 사진을 볼 때 감정 작용에 관여하는 편도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서로 긴밀하게 상호 작용을 했다. 감정을 강하게 개입시키며 기억하는 방식이다.

반면 70대는 추악한 사진을 볼 때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이

해마와 상호 작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즉 이성으로 충격을 완화시켜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뇌 스캔 촬영 30분 뒤 연구진은 불시에 피실험자들에게 아까 본 사진 내용을 기억하라고

시켰다. 그러자 70대는 20대보다 기분 나쁜 사진을 특히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추악한

기억을 벌써 지워 버린 것이었다.

이 연구진은 올해 초 젊은 사람보다 노인의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 흥분시키는

사건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노화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에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학 전문지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웹진 헬스데이,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 온라인판 등이

16일 보도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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