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꼬는 말 못알아들으면 치매 가능성

유머 풍자 못알아듣고 고지곧대로 인식

비꼬는 말을 이용해 치매 증상을 알아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 연구진은 2006~07년 45명의 환자(이마관자엽 변성

치매 환자 26명, 알츠하이머병 환자 19명)를 대상으로 ‘연극 실험’을 했다.

‘이마관자엽 변성(FTP, frontotemporal degeneration)’은 치매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나타나는 형태다. 언어와 행동 기능이 손상되지만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기억력은

보존되며, 특히 60세 이하에서 잘 발생한다.

연극 배우들은 이들 환자들 앞에서 똑 같은 대사를 두 차례 ‘전혀 다른 말투’로

보여 줬다.

예컨대 부부가 주말 여행을 계획하는데 부인이 “여보, 어머니도 모시고 갑시다”라고

제안했을 때, 남편의 “정말 좋은 생각이네. 내가 장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라는

대답은 말투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풍자의 의미를 알아차렸지만, FTP 치매 환자들은 말투의

변화에 따른 이러한 차이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 매달렸다.

치매 환자들은 풍자가 심할수록 더욱 심각하게만 받아들였다.

모든 풍자나 유머는 말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이용하는 것인데, FTP 치매 환자들은

이런 다양한 의미를 알아채는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FTP 치매 환자들은 감정이입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면서

가족들의 애를 태우거나, 또는 사기꾼들에 잘 속아 큰 돈을 잃기도 한다.

연구를 주도한 존 하지 박사는 “이런 병적 증상 때문에 환자들은 대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화가 났거나 슬프거나 우울해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며

“이는 종종 그들의 주변 사람들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옥스퍼드 대학이 발행하는 신경학 학술지 ‘두뇌(Brain)’에 12일에

게재 됐으며 미국 의학웹진 헬스데이,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 온라인 판 등이 14일

보도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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