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할아버지 된 아이돌의 ‘과속 스캔들’

깜찍한 아역 연기 돋보이는 웃음폭탄

‘삶은 괴롭다! 그래서 난 넘어지고 쓰러지는 인생 애환 속에서 웃음을 끄집어내려고

늘 고민한다. 나의 고민이 클수록 관객들은 더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슬랩스틱

코미디 황제 찰리 채플린이 풀이한 코미디 영화의 효용론이다.

2008년 자신이 빅뱅과 동방신기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는 자만심이 가득한 남현수(차태현

분). 한때 가요계에서 아이돌 스타로 대접 받았던 그는 세월의 흐름 앞에 무릎을

꿇고 이제 36세 나이로 음악 DJ로 청취자들의 애환을 달래 주고 있다.

현수에게는 영화 ‘어둠속의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1971)의 음악

DJ  데이브(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에게 늘 ‘Play me misty for me’란 곡을

신청하는 에블린(제시카 월터즈 분)처럼 왕 애청자이자 단골 사연 투고자 황정남(박보영

분)이 대척점으로 설정된다.

어느

날 막무가내로 남현수 집을 방문한 황정남은 자신이 현수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그녀의 손에는 6살 된 아이까지 딸려 있다. 손자까지!

정남은 ‘현수가 고교 시절 동네 연상 누나와 나눈 풋사랑의 결과’가 자기라고

우긴다. 밀고 당기는 사연 속에 추문(醜聞)을 두려워하는 스타의 고충, 그리고 10대

미혼모가 돼버려 가수의 꿈을 잠시 접어둔 정남, 그리고 정남의 6살배기 아들 사이의

파노라마 같은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애초

치기어린 제목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손자 황기동 역을 맡은

아역배우 왕석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시킨다.

할리우드의 아역 배우 매컬리 컬킨이 ‘마이 걸’ ‘나홀로 집에’ 시리즈로 당돌한

아역 연기를 펼쳐 주었다면, 왕석현은 고수머리와 통통한 외모에서 풍겨나는 구수한

된장찌개 같은 연기로 ‘메서드 연기(method acting): 배역을 자신의 실생활처럼

보여주는 연기 형식)’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여기에 DJ이자 아버지인 현수가 진행하는 신인 가수 발굴 공개 음악 경연 대회에

출전해 깔끔한 가창력을 선보이는 황정남 역의 박보영은 귀염성이 듬뿍 담긴 외모와는

달리 옹골찬 가창력을 과시하는 열연으로 충무로 히로인 대열 합류를 선언했다.

‘엽기적인 그녀’로 장난기 어린 한국형 코미디를 선사한 바 있는 차태현은 자칫

유치하게 진행될 수 있는 코미디극에 활기를 불어 넣으면서 흔쾌한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 아이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기동, 미혼모란 사연 때문에 접어 두었던

가수의 꿈을 서서히 이뤄가는 정남의 ‘성장 사연’, 그리고 현수의 추문을 밝혀내려는

3류 파파라치 기자 등 곳곳에 양념거리를 흩뿌려 웃음에 인색한 한국 관객들에게

모처럼 장미꽃 같은 폭소가 터지게 하는 영화다.

수의사로 출연해 정남의 피를 뽑아 친자 확인을 해주고, 라스트 신에서는 드럼을

잡고 현수 가족의 음악 재능을 드러내주는 감초 역의 성지루도 박장대소에 일조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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