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가 대학병원에 “치료 방해말라” 첫소송

K대 김 모 교수, 진료행위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대학병원 교수가 자신이 속한 병원을 상대로 진료를 방해하지 말라고 소송을 거는

‘독특한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환자가 의사의 진료를 방해한다고 병원이

‘진료행위 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었지만, 의사가 자신의 소속

병원을 상대로 “치료를 방해하지 말라”고 소송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대 김 모 교수(54)는 최근 병원 측이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를 수술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병원과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진료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김 교수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정부가 사용금지 처분을 내리기 전에는 누구도

허가를 받은 치료 재료의 사용을 중지시킬 수 없다"며 “병원 측은 진료를 방해하고

신청인으로부터 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의 선택 진료권을 침해했으므로 의료법 위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청서에서 병원은 자신의 진료와 치료를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중지하고 위반할 경우 1회당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 분쟁은 김 교수가 직접 개발한 ‘맞춤형 척추경 나사못(척추 고정용 나사못)’

사용을 놓고 2004년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일부 환자 시술 사례에 대해 "척추경

나사못을 시술할 증상이 없다"고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면서 비롯됐다.

척추 고정용 나사못은 척추의 마디가 좁아진 ‘척추관 협착증’의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구.

김 교수는 지난 2000년 9월 이 나사못을 생산하는 업체를 설립했고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과

심평원의 허가를 거쳐 수술에 이 기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와 병원은 공동 명의로 "교과서적 원칙에 따라 치료했으며, 과잉

진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평원의 삭감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급여비용 삭감처분 취소 소송’을 냈었다.

이 소송은 1심에서 김 교수와 병원 측이 이겼지만 2심에서는 일부 환자에겐 보험급여

삭감이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병원 측은 상고를 포기했고 김 교수만이 대법원에

상고를 해놓은 상태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병원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의 척추경 나사못에

관한 논문에 조작 의혹이 보이고, 의학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므로 김 교수는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수술을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 측은 또 “김 교수가 ‘해당 의료기기를 이용해 무리한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병원과 맺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수술을 금지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병원 측의 요구대로 수술을 하면 반드시 재수술할 상황이 발생하므로

의사 양심상 그럴 수 없다”며 병원 측의 결정에 불복, 척추경 나사못 수술을 계속

해왔다. 병원 측은 김 교수가 기존 환자를 진료하는 것 이외에 새 환자를 진료하거나,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김 교수 측 변호사는 “다른 병원에서도 이 기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김 교수가

의사의 양심에 따라 최선의 수술을 하는 것을 병원 측이 방해하고 있다”며 “병원

측 지침을 따르면 한 번 만에 끝날 수술을 두 번 하게 돼 환자에게 손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논문 조작 의혹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척추 고정용 나사못이

아니라 인공관절 수술에 사용되는 스크루 드라이브라는 의료기기에 관한 논문으로

이 사건과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 측은 안전성 문제를 주장하지만 사실은 4년 동안 병원이 신청한 척추

고정용 나사못과 관련한 보험료 8억 원에 대해 심평원이 50% 삭감 지급해 병원이

손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병원 측 손실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김 교수의 진료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김 교수가 직접

개발한 제품 때문이 아니고 심평원의 건강보험 급여액 삭감으로 인해 병원이 손해를

봤기 때문도 아니며, 의학적으로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형외과에서

과잉 진료가 많다고 지적되는 상황에서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문제가 되는

시술을 계속하도록 방치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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