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 효과’는 유전자 때문?

“유전적 특징 있는 사람에서만 가짜 약 효과 확인”

‘가짜 약 효과’는 많이 알려져 있다. 아무 효과가 없는 밀가루라도 캡슐에 넣어

주면서 ‘정력제’라고 속이면, 많은 경우 실제로 정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가짜 약 효과(placebo effect)다.

그런데 일부 사람에게는 이 가짜 약 효과가 잘 나타나는 반면,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학적으로 밝혀본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심리학과 토마스 푸르마르크 박사 팀은 무대 공포증(다른 사람

앞에 나서길 극도로 두려워하는 증세)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가짜 약을

먹이며 실험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각각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을 했으며, “무대공포증 치료제”라는 설명과 함께 주어진 가짜 약을 복용했다.

8주 간의 실험 과정 중 가짜 약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전체 25명 중 10명이었다.

이들 10명은 실험 종료 때 한 연설에서 불안 지수가 절반으로 줄었으며, 뇌 영상

촬영 결과에서도 두려움과 관련되는 뇌 편도 부분의 활동성이 3%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총 25명 중 10명에게서만 가짜 약 효과가 나타난 결과를 놓고 푸르마르크 박사

팀은 유전적인 차이에 따른 것인지를 확인했다. 뇌 신경전달물질 트립토판 히드록실라아제-2

생산과 관련된 유전자의 개인별 차이가 불안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한 푸르마르크 박사는 10명 중 8명에서 이런 유전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가짜 약 효과가 좋았던 10명 중 8명은 유전자에서 특이점을 찾을 수 있었던

반면, 가짜 약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나머지 15명에게서는 유전자 상의 특이점이

없었던 것.

이번 연구의 의미는 그 동안 심리적 효과로만 여겨졌던 가짜 약 효과의 배후에

유전자적인 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데 있다.

이 연구에 대해 이탈리아 토리노대학의 파브리치오 베네데티 교수는 “가짜 약

효과는 일부 사람에게는 유전적 요인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보상심리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다”며 “가짜 약 효과가 단일 요인으로 생긴다고 주장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온라인판에 3일 게재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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