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지도] “한-중-일 맞춤의학 인프라 선도”

김성진 원장에게 듣는 유전체 지도 완성의 의미

국내

최초로 한국인 유전체(genome) 지도를 완성한 주역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유전체

지도를 연구 자료로 공개한 김성진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은 “한국, 중국, 일본인

등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체 분석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유전체 서열 해석을 시작한 동기는?

나의 유전체 지도를 분석한 데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의 영향이

컸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있을 때 상사였던 왓슨의 저서 ‘이중 나선’을 읽으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맞춤의학을 위해 자신의 유전체를 공개했듯 나도 내 유전체

지도를 공개하자고 결심했다. 내 유전체 지도의 공개 뒤 드러난 몇 가지 건강상 결점

때문에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사실 걱정도 된다. (웃음)

이번 연구의 의미는?

한국인 유전체 서열 분석은 장래 맞춤 예방 의학 실현의 첫걸음이다. 정부의 건강

관련 정책 및 시스템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를

‘동의보감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17세기 완성된 의서 ‘동의보감’은 한의학을 중심으로 동방의학을 집대성해 지금까지도

한의학의 대표적 저술로 꼽히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각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질병 가능성을 미리 알고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유전체 지도 연구가

진전돼야 한다.

정부 출연 기관보다 민간 의학 연구소가 먼저

일을 해냈다. 좀 더 실질적인 목적도 있을 것 같은데?

가천길재단이 기초 의학 발전과 유전 의학에 관심이 많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또 민간이 이번 일을 주도했지만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의 인프라 구축도 여러

도움이 됐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인 유전체 전체를 분석했지만 특별히 자랑할 성과는 아니라고

본다. 그저 다른 곳보다 조금 빨리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해 나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유전체 지도로 어떻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가?

예컨대 유전체 분석으로 어떤 사람이 당뇨병에 걸릴 위험 지수가 높은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식습관과 운동 등으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체질로 개선시킬 수

있다.

또한 유전적 기질에 따라 적용되는 치료법도 달라질 수 있다. 감기약을 누구나

2알씩 먹는 게 아니라 유전자 특질에 맞춰 1알 또는 3알을 먹도록 하거나, 종류가

다른 약을 먹도록 해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향후 연구 계획은?

DNA 서열을 지속적으로 해석하고 표준화함으로써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나라의 맞춤 의학 표준 인프라로 만들고 싶다. 미래 유망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연구력을 집중시키고 정책적으로 투자·지원한다면 한국은 고급 기술을 하나 더 갖게

된다. 이러한 유망 사업을 소홀히 생각하면 앞으로 로열티를 해외 기업에 지불하는

아픔을 겪을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유전형 검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100여

명의 위암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서 한국 사람에게 많이 발병하는 위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한국형 위암 치료 및 예방 표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맡고 있는 이길녀암·당뇨연구원이 관련 학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산다고

들었다. 비결은?

연구 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좋은

사람과 좋은 환경에서 연구해야 능률이 오르고 자부심도 생긴다.

현재 연구원에는 최철수 예일대 의대 교수, 전희숙 시카고 로잘린드 프랭클린대

의대 교수, 김영범 하버드대 의대 교수, 오석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마무라 미즈코

쓰쿠바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합류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솔크 연구소 연구진도 합류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소 방문자들이 좋은 평가를 내려 주시는 것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출신 대학이 소위 비주류다. 귀국 뒤 어려움은 없었나?

기억에 남는 어려움은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 불리한 조건이 내게는 오히려 득이다.

한국의 학벌주의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학벌주의가 없으므로 연구원이나

교수 채용 때 출신 대학에 연연하지 않는다. 능력과 잠재력이 있고 우리 비전에 맞으면

함께 일할 수 있다.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90년대에도 귀국 초청이 있었지만 그때는 불응했다가 2년 전에 귀국한

것으로 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90년대 당시 국내에서 연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도 생겼지만 경제적

여건, 함께 일할 동료 등 여러 조건이 부족했다. 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동료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막내 딸이 대학에 진학해 학부모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이유도 있고(웃음), 그간 국내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귀국 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생명과학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투자자들이 우리 연구소를 보고 기초 의학 분야에 투자해도 좋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김성진 박사 약력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춘성중, 춘천고를 졸업하고 강원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봉사 활동 때 성실함을 눈 여겨본 일본 수녀의 도움으로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 유전자 조절연구실장 겸 종신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1996년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SCI) 논문만 192편을 발표한 암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TGF-베타 수용체 감소가 암과 염증 질환 발병을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길여암·당뇨연구원

100여 명의 연구원이 기초 의학

연구를 하고 있다. 올 5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테크노파크 안에 실험장비 구입과 건물에

670억 원, 연구진 확보 및 실험용 쥐 구입에 340억 원 등 1000억 원이 투입돼 설립됐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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