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도 ‘그이’ 목소리만 들리는 이유?

뇌는 ‘칵테일파티 효과’로 소리를 걸러 듣는다

도서관에서 낮게 속삭이는 소리에 신경 쓰여 집중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끄러운 시장 통에서도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소리를 듣는 능력을 소리를 걸러낸다는 의미에서 필터링이라고도

하고,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나직하게 불리는 자신의 이름은 금방 알아듣는다는

의미에서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도 부른다.

동물실험을 이용해 칵테일파티 효과가 어떻게 뇌에서 형성되는지를 알아내고 이를

청력을 잃은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실험이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학 앤드류 킹 박사는 족제비의 귀 입구에 작은 마이크로폰을 장착하고 어른

족제비의 ‘귀’가 듣는 소리를 녹음해 이를 아기 족제비의 귀에 이어폰을 통해 들려

주었다.

그리고 각 족제비 뇌의 청각 담당 부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그러자

외부의 소리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어른 족제비와 아기 족제비의 뇌에서는 다른

부위가 활성화됐다. 어른 족제비의 ‘귀’를 통해 정리돼 귓구멍으로 들어가는 소리는

아기 족제비 ‘귀’가 정리해 들여보내는 소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킹 박사는 “족제비의 경우 귀의 생긴 모양과 양쪽 귀의 거리에 따라 다르게 소리가

정리돼 귓구멍으로 들어간다”며 “사람 귀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것이므로

이런 소리의 ‘정리’ 방식을 프로그램화 한다면, 예컨대 한쪽 귀의 청각을 잃어버린

사람의 귀에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한 뒤 진짜 귀와 달팽이관의 조합이 소리를 듣듯이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래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람의 소리 필터링 기능, 또는 칵테일파티 효과는 결국 소리를 듣는 것은 귀가

아니라 뇌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귀를 통해지는 온갖 잡다한 소음 중에서 뇌는 ‘듣고자

하는’ 부분을 명확히 골라내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런 기능은 예컨대 트럼펫으로 ‘솔’을 불 때 나는 소리를 기계로 측정해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기계로 측정한 트럼펫 ‘솔’ 소리의 스펙트럼에는 ‘솔’만

아니라 ‘미’ ‘도’ 등 여러 소리가 섞여 있다.

이렇게 ‘솔과 그 주변의 소리들’로 구성된 트럼펫의 ‘솔’ 소리는 그러나 정확히

솔 소리로 뇌에 들려진다. 필요없는 곁소리를 뇌가 모두 제거해 버리기 때문이다.

칵테일 파티장에서 온갖 소음이 귀로 들어오려 해도, 뇌가 듣고자 하는 그이 또는

그녀의 목소리만 통과가 허용되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심주섭 교수는 “뇌는 소리를 들으면 ‘청각 지도’를

만들어냄으로써 아무리 많은 소음이 산재해 있어도 듣고 싶은 소리의 방향과 내용을

감지해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인공 달팽이관과 관련 소프트웨어 등

청각 장애자를 돕는 기술개발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킹 박사의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최근 보도했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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