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닥터]정밀 손놀림으로 하루 수술 5건 “거뜬”

매일 기록경신 … 박기일 명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관동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이자 명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인 박기일 소장의 하루

일과는 한 시간 빠르다. 매일 새벽 5시 전에 눈을 떠 7시 30분이면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시작한다. 새벽잠이 없어서가 아니다. ‘가족 같은’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다.

“신장이식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니까 저항력이 약해요. 일반 진료시간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어야 좋을 게 없고, 또 직장 있는 환자는

일찍 마치고 출근해야 하죠.” 아침 일찍 진료가 시작된 이유다.

박 교수의 ‘한 시간 빠른 진료’는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시절부터 시작됐다. 1939년 생인 박 교수의 올해 나이는 만 69세. 머리카락은 희끗하지만

목소리가 우렁차고 동작이 민첩해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그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1974~2004년 근무한 뒤 명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34년간 줄곧 매달린 분야는 신장이식이었다.

“미국으로 연수 갔던 때만 빼고,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교수로 재직하며 평생

연세대를 떠나지 않았다”는 박 교수는 “2004년 2월 말에 정년퇴직한 바로 그 다음날

명지병원에 출근했으니 단 하루도 공백이 없었다”고 말했다.

“잘 고쳐야 스트레스를 안 받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중독자다. 여름 휴가도 안 간다. “예전에는 날 가르치는

선생님이 휴가를 안 가시는데 감히 내가 휴가 가는 걸 상상도 못했고, 지금은 사람

많은 데보다 병원에 있는 게 더 좋아서”란다. 그래도 자기 밑에서 일하는 의사나

직원들은 재충전을 위해 휴가를 보낸다.

수술이 많은 외과의사가 쉬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까.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단순하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면 된단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수술이나 치료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더군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스트레스가 됩니다. 이걸 깨달은 뒤에는 늘 최선을

다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는 거죠.”

일에 몰두하다 보니 ‘신장 이식의 대가’라는 명성은 저절로 따라왔다. 그가

지금까지 한 신장이식만 2300건이 넘는다. 박 교수의 최대 강점은 그 누구보다 풍부한

임상경험이다. 수술을 많이 할수록 수술 기술도 늘고 시간은 단축된다.

그는 “외과의사에게는 체력, 시각, 안 떨리는 손이란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혈관을 잇는 등의 섬세한 수술을 할 수 있다”며 “수술이 많을 때는 지금도 하루

4~5건 정도는 거뜬히 해낼 체력이 있다”고 자랑했다.

한번 시술한 환자는 평생 길동무

박 교수는 신장 교환이식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아세아이식학회

강연에서 좌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교환이식은 예컨대 아들이 아버지에게 한쪽 신장을 떼어내 이식하기로 했지만

혈액형 및 적합성 등의 문제로 이식이 힘들 경우, 비슷한 처지의 다른 신장 기증자와

받을 사람을 찾아내 4명을 모두 만족스럽게 수술해내는 방법이다. 박 교수가 지난

91년부터 성공적으로 시도해 제 궤도에 올려 놓은 방법이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환자와의 깊은 유대에서 드러난다. “한번 신장이식을 받으면

평생 관리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마치 주치의처럼 됩니다. 그러다 보면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고, 함께 늙어가는 사이가 됩니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항상 제자들에게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항상 환자를 먼저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산부인과 개원의인 부인과 장성한 1남 1녀가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는 “처음 신장이식을 시작할 때보다 지금 수술 성공률이나 이식한 신장 생존율이

많이 높아져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나를 믿고 따르는 환자들을 보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라며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약력

△1939년 서울 출생 △58년 서울고 졸업 △63년 연세대 의과대학 학사‧박사,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 수료 △74년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 △2004년 연세대 의대 정년퇴직,

관동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 명지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 △현재 미국 외과학회

정회원, 국제 이식학회 정회원, 아세아 이식학회 정회원 및 상임이사, 대한 신장학회

정회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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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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