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전생의 기억 아니다

단편적 경험 떠오르는 자연스런 현상

처음 가본 곳인데도 마치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데자뷰(Deja

Vu)’라고 부른다. 그간 이 데자뷰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었지만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이 많이 거론됐다. 뇌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 또는 뇌 특정 부위에 생긴 이상

때문에 데자뷰를 경험한다는 이론들이다.

‘데자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프랑스의 철학자 메일 보아락 역시 “데자뷰는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자뷰가 사실은 인간의 인식 작용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서,

신비로울 게 전혀 없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심리학자 앤 M. 클리어리 박사는 간단한 실험으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했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단어들을 들려줬다. 그 뒤 단어에

대한 인식 테스트에서 피실험자들은 아무 연관이 없는 단어, 예컨대 ‘레이디(lady)’와

‘에이티(eighty)’에 대해 “서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고 대답했다.

단지 소리만으로도 아무 상관없는 두 단어를 연관시키는 특성을 인간은 갖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앞서 클리어리 박사는 도형을 이용한 실험도 했다. 두 개의 아무 상관도

없는 풍경 사진 또는 그림을 보여줄 때 삼각형이나 사각형 등 유사한 도형적 요소가

발견되면 피실험자들은 두 번째 풍경에 대해 “어디서 본 듯 하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실험 결과였다.

클리어리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인간의 기억 방식 중 하나인 ‘친근성(familiarity)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친근성의 원칙은 ‘회상(recollection)의 원칙’과

짝을 이룬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만난 사람의 낯이 익을 때 “아, 맞아. 지난 번에 버스에서

만났지”라고 기억할 수 있다면 ‘회상의 원칙’이 적용된다.

반대로 낯이 익기는 한데 도대체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도저히 회상할 수 없는

때에는 친근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를 데자뷰 이론의 창시자인 보아락

등은 ‘신비한 경험’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그러나 클리어리 박사는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슷한 요소를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분명히 만난 것 같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 신비로운 요소는 전혀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여러 경험을 하면서 ‘특징’들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 모든 세세한 사항을

기억할 수는 없다. 예컨대 8자(八) 눈썹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일단 그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팔자 눈썹을 기억한다.

그 뒤 비슷한 눈썹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어, 어서 봤는데…”라는 데자뷰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클리어리 박사의 간단명료한 해석이다.

그녀는 “앞으로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기억 이론으로 데자뷰의 근원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리과학회(APS)의 학술지 ‘심리과학의 현재 경향(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데일리, 영국 의학 전문지 영국 메디컬 뉴스 투데이 등이 최근 보도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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