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신은 남자 ‘여자병’ 걸린다

깔창으로 만족못해…5cm 이상 높이 남자 하이힐 판매 껑충

누가 하이힐을 여성의 전유물이라 했나? 요즘은 남성 하이힐이 대세다.

원래 하이힐은 여성의 것이 아닌 남성의 것이었다. 기원전 4세기 그려진 그리스

테베 고분벽화를 보면 하이힐은 남성의 발에 신겨져 있다. 중세 유럽에서도 말을

탈 때 하이힐을 신으면 등자(발걸이)에 발 고정이 잘된다는 이유로 하이힐은 인기를

누렸다.

중세 시대에는 하수처리 시설이 없어 사람과 가축의 오물로 더럽혀진 거리를 걷기

위해 높은 하이힐이 역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반면 여자들은 긴 치마를

입어서 신발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이힐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이후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가 작은 키라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하이힐을 신으면서 귀족들에게 유행처럼 번졌다.

현대에는 여성들의 S라인 몸매를 과장하기 위한 미적 도구로 하이힐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했던가. 요즘 다시 남성들이 하이힐을

신기 시작했다. 5~7cm 높이의 하이힐을 신는 남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이힐이

원래 주인을 찾아간 격이다.  

신발 안에 3~4cm 높이의 키높이 깔창을 까는 것으로는 이제 만족 못하는가 보다.

요즘은 과감하게 겉으로 높은 굽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남성에게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강제로 S라인을 만들어 주는 하이힐

여성 하이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남성 하이힐은 뒤만 뾰족한 여성 하이힐과 달리

통굽 형태이며, 신발의 볼이 넓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 남성 구두 전문점의 경우 지난 10월에만 5cm 이상 높이의 하이힐 신발이

하루 평균 150개 정도씩 팔려 작년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남성용 하이힐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성 하이힐과 마찬가지로 남성 하이힐도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여성의 하이힐은 허리, 척추 등에 문제를

일으키며, 남성 하이힐도 마찬가지”라며 “높은 굽만으로도 충분히 건강 이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섰을 때 몸은 앞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엉덩이는

뒤로 당기고 가슴은 앞으로 내밀게 된다. 이른바 ‘하이힐 S라인’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몸의 근육들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허리에 무리를 준다. 박 교수는

“남성 하이힐의 굽이 넓다고는 하지만 뒷굽이 높은 형태이기 때문에 몸은 앞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근육을 긴장시키게 된다”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허리 통증이나 척추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허리, 무릎 관절 등에 부담 주는 하이힐

굽이 높을수록 몸의 무게 중심은 지면에서부터 멀어져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자세는

더욱 불안정해진다. 불안정한 걸음걸이는 보행시의 충격으로 척추와 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이힐은 무릎 관절에도 부담을 준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은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에 통증과 시린 증상을 느끼는 무릎 연골 연화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남성은 여성보다 무릎 관절이 강하지만 하이힐을 지속적으로 신다

보면 남성도 연골 연화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김재광 교수는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체중이 발바닥

전체가 아니라 발가락 쪽으로 쏠리게 된다”며 “뒷굽은 높고 앞볼은 좁은 여성용

하이힐을 장시간 신은 여성에게서는 그래서 엄지 발가락이 안쪽으로 굽는 무지외반증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성용 하이힐의 경우 앞볼이 넓기 때문에 이러한 무지외반증의 위험은

낮지만, 볼이 좁은 남성용 하이힐을 선택할 경우 발의 혈액순환이 방해되고 발톱이

살을 파고 들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굽을 자주, 오래 신으면 발 뒤꿈치가 항상 들려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발목 뒤의 아킬레스건이 짧아지고 두꺼워지기도 한다.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면 발의

추진력을 감소시켜 발 대신 허벅다리를 이용해 걷게 만든다. 이렇게 걸으면 허벅지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전문가들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다리와 허리, 척추 등의 신체 건강을

생각해 2~2.5cm 정도로 낮은 하이힐을 선택하며 △항상 하이힐을 신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3~4일 정도로 제한하면서 굽이 낮은 신발과 번갈아 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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