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는 여자-노인-마른사람 좋아해요

찌릿찌릿 불청객 정전기, 이렇게 없애 보세요

따끔 따끔, 찌릿 찌릿. 저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건조한 겨울에 그 맛이 더 쏠쏠 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저를 ‘겨울철 불청객’이라

부르면서 싫어합니다. 제가 좀 짖궂거든요. 혹시 오늘도 저를 만나셨나요? 저는 정전기랍니다.

저는 전기가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짠하고 나타납니다. 습도를 싫어해 건조할

때 잘 나타나지요. 왜냐고요? 수분은 전도율이 좋아 저를 흘러가게 만들거든요.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저를 만나지 않으려 고민하는 사람들 참 많죠? 그러려면 저에 대한 사실을 아셔야 해요. 저는 순간적이지만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답니다.

섬유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

오늘 무슨 옷 입고 나오셨어요? 섬유에 따라 제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나지는 않는답니다. 이거 먼저 알려 드릴게요. 저는 물을 잘 흡수하는 천연섬유보다

합성섬유를 더 좋아해요. 합성섬유 중에서도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최고예요. 짜릿함을

최고조에 달하게 하거든요.

습도가 50% 정도일 때 나일론 소재 옷을 입고 있다면 저는 2만1000 볼트(V)까지

힘을 낸답니다. 모직(울) 소재는 나일론보다 전도율이 더 좋아 같은 습도 조건에서

제 힘이 9000볼트 정도로 약간 떨어집니다.

면 소재 옷에선 몇 볼트나 될 것 같으세요? 면은 셀룰로오스라는 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전도율이 가장 좋고 제 힘은 7000볼트로 약해집니다.

건조할수록 제 힘이 세지는 것 아시죠? 실내 습도가 10~20%일 때 마루의 카펫을

밟고 지나가시면 제 힘은 3만5000볼트로 ‘짠’하고 높아집니다. 습도가 65~95%로

오르면 1500볼트로 떨어져 영 힘을 못 써요. 그래서 저는 습도가 싫어요.

저는 여자가 더 좋답니다

솔직히 밝히자면 저는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합니다. 보통 남자는 제가 4000볼트

이상이 돼야 느끼고, 여자는 약 2500볼트만 돼도 느끼거든요. 여자들에게 자꾸 나타나

놀래 주고 싶습니다. 반응이 재밌거든요.

왜 여자들에게 더 잘 나타나냐고요? 여자는 피부가 남자보다 민감해 외부 환경에

따라 건조한 상태가 금방 만들어지거든요. 그러면 ‘이때다’ 하고 제가 짠 나타나는

거죠.

네 맞아요. 습도와 저는 라이벌 관계이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지면 제가 더 잘

나타납니다. 남자라도 피부가 건조한 사람이면 제가 마구마구 좋아하지요.

어르신들께는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지만, 저는 나이많은 분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수분이 줄어들어 건조해지기 쉬우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을 더 좋아해요. 뚱뚱한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리잖아요. 배출하는 수분이 많아 제가 파고들 틈이 마른 사람보다 적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좀 낯가림이 있을 뿐이에요.

미워마세요, 해치진 않아요

찌릿한 충격에 기분이 불쾌하죠? 습도가 45% 밑으로 내려가면 인체와 물체 사이에서

생긴 제가 쉽게 흘러가지 못합니다. 잠시 머물다가 순간적으로 방전되므로 ‘찌릿

따끔’한 충격을 주는 거죠.

생각보다 제 힘(전압)이 세죠? 그런데도 살이 타거나, 감전 사고가 나지 않은

이유는 저는 흐르는 전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름 그대로 머물러 있는 정(靜)전기입니다.

전압이 수천 볼트라고 다 위험하지는 않아요. 전하량이 매우 작고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으면 인체에 무해하답니다.

맞아요. 저는 사람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저 때문에

피부에 염증이 생긴다거나, 피부가 이상해졌다는 소린 못 들어 봤거든요. 그래도

아토피,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를 피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피부질환으로 이미 피부가 예민해져 있는데 저 때문에 더 악화될지도 모르거든요.

저를 없애고 싶다고요?

알려드리기 싫지만 저도 ‘겨울철 불청객’이란 말 듣기가 거북하니 가르쳐 드릴게요.

△ 차를 타고 내릴 때

손쉽게 저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차에 붙어서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차 문을 열기 전에 열쇠, 동전, 핀 등으로 차체를 가볍게 두드려 보세요. 제가 그

충격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러면 깜짝 놀랠 일은 없을 거에요.

이런 방법도 있어요. 차에서 내릴 때 한쪽 손으로 차 문을 잡고, 한쪽 발을 먼저

바깥으로 내딛습니다. 그러면 옷이나 시트커버의 마찰로 생긴 저를 흘려 보낼 수

있어요.

△ 보습제 사용

몸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저를 피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디로션이나 크림, 오일 등의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세요. 손의 마찰이 가장

잦으므로 핸드크림이나 바셀린은 수시로 바르는 것 잊지 마세요.

△ 머리 손질은 나무 빗으로

머리 빗질 하실 때도 짜증나시죠?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된 빗이 저는 제일 좋아요.

나무 소재의 빗을 사용하면 저는 숨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머리는 매일 말고 이틀에

한 번 정도 감아 주세요. 매일 감으면 건조해지기 쉽거든요.


△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

옷이 가장 걱정일 거에요. 입을 때나 벗을 때의 마찰을 제가 즐기는 편이거든요.

옷은 세탁 후에 섬유 린스로 헹구고 저를 방지해 주는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려 주세요.

△ 스타킹 헹굴 때 식초 한 방울

옷을 걸 때는 순면 소재의 옷을 사이사이 껴주는 것도 저를 방지하는 방법이랍니다.

생활의 지혜이기도 한데요, 스타킹을 헹굴 때 식초를 한 방울 넣어보세요. 식초는

저의 힘을 뺏어간답니다.

TV 화면에 제가 있으면 먼지가 많이 앉죠? 식초를 살짝 묻힌 천으로 TV 화면을

닦아주면 저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 스타킹에 보습크림

걸을 때 치마가 자꾸 스타킹에 달라붙는다고요? 그렇다면 보습로션이나 크림을

스타킹에 바르거나, 치마 안쪽에 클립, 핀을 꽂아 두세요. 그러면 저는 그쪽에 몰려

있을 거에요.

△ 실내에 가습기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실내 습도 조절이니까, 물을 끓이거나 어항, 화분, 가습기를

사용해 보세요. 젖은 빨래나 수건을 걸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플라스틱 물건은 양초를 발라두면 제가 감히 침투할 수 없어요.


△ 정전기 방지 열쇠고리

요즘엔 저를 없애는 열쇠고리도 생겼다고 하더군요. 3천~1만 원 정도면 자동차

용품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데요. 제가 정말 싫으신 분은 하나

사서 사용해 보세요.

앗! 또 찌릿 하셨어요? 조심하세요! 저는 늘 여러분 곁에 있답니다.

 (도움말: 숭실대학교 섬유공학과 정영진 교수, 한림대의대 평촌성심병원

피부과 김광중 교수)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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