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법 개발, ‘佛 도둑’-‘韓 명의’ 이렇게 달랐다

佛 의사는 자료 개방, 韓 의사는 ‘청기와장수’

건국대병원의 ‘스타 흉부외과 의사’ 송명근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심장판막

수술법에 대해 안전성 논란이 일자 “해외 의사가 내 기술을 도용하고 있으며 특허

문제 때문에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이는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메디닷컴의 취재결과 송 교수에 의해 졸지에 ‘도둑 의사’로 몰린 프랑스 파리병원의

엠마뉘엘 랑삭 박사는 그동안 새로운 수술법에 대해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동료 의사들의

객관적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랑삭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새 수술법을 환자에 적용하기에 앞서 새 수술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알려 준 뒤 어떤 방법으로 수술 받을 것인지를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송 교수에 앞서 유럽 특허를 따냈고, 미국에서는 올 연말

이전에 끝날 예정인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절차를 기다리며 수술을 하지 않고

있다.

과학적 검증 vs 청기와장수

랑삭 박사가 개발한 새로운 심장판막 성형술(CAVIAAR)의 임상시험에는 현재 프랑스의

30개 병원이 참가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3년간 CAVIAAR 방식으로 100명, 기존 심장판막

치환 수술법으로 100명씩을 각각 수술해 5~10년간 장기 데이터를 축적해 가며, 어떤

수술법이 환자에게 좀 더 유리한지를 밝혀 나가고 있다.

랑삭 박사가 이처럼 여러 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리에 새 수술법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이유는 피어 리뷰(동료 학자에 의한 검증) → 논문 발표 → 재현성의 테스트(다른

사람이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검증)라는 과학의 절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의학계도 이런 절차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따른다.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송

교수에게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상식에 근거한 것이다.

랑삭 박사가 ‘제3자의 검증’이란 과학적 검증의 원칙을 택했다면, 송 교수는

‘개발자 자신이 자기의 성과를 검증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송 교수가 개발한 CARVAR(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 성형) 수술 검증과

관련, “동물실험과 지난 10여 년 간의 수술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학계의 요구에

대해, 송 교수는 “데이터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지만,

특허 도용 우려 때문에 학회에 제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송 교수는 지난 6일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장에서 동료 의사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요구하자 “내년 7월쯤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송 교수는 19일 의학전문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2년간의 CARVAR 수술

데이터를 만들어 오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면서도 “학계나 언론에는

당장 제공할 의향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학적 논의의 첫 출발점인 ‘피어

리뷰’를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장점만 알리는 것이 무슨 공개?”

랑삭 박사는 유럽흉부학회 학술지에 자신의 수술법에 대한 데이터를 ‘수술 중

사망자’ ‘부작용 발생률’ ‘재수술을 해야만 했던 케이스’ 등으로 상세히 분류해

제출했다. 유럽흉부학회는 이를 학회지와 웹사이트에 게재함으로써 여러 동료 의사들이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송 교수가 학계에 제출한 CARVAR 관련 국제 논문으로는 지난 2006년 유럽흉부학회

학회지에 실린 논문(제목 ‘Novel technique of aortic valvuloplasty’)이 있다.

이 논문에서 송 교수는 “1997~2004년 모두 69명을 CARVAR로 수술했으며, 수술

중 사망자는 없었고 모두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장점을 적극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수술 환자가 5~10년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다.

송 교수는 지난 8월 건국대병원에서 CARVAR 수술법을 공개 시연하는 자리에서

이 수술에 대한 부작용 사례를 처음 언급했다. 그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114명의

환자에게 CARVAR 수술을 했고, 그중 4명에게 관상동맥 협착증이 발생했는데, 이는

수술 방법의 잘못이 아닌 심장수술시 사용하는 심마비액 투여장비의 하자로 인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수술 중의 사망 케이스, 재수술 비율 등 부정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송 교수는 동료 의사들이 “수술 방법을 지속적으로 바꿔 왔다고 하는데, 그러면

수술 방법을 개선하기 이전에 수술 받은 환자에게는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데 대해 19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똑같은 수술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학은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끊임없이 새 수술법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수술법이 계속 바뀐다면 어떻게 재현해서 검증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반면 랑삭 교수가 참여한 CAVIAAR 프로젝트는 유럽흉부학회 웹사이트 등을 통해

관련 비디오 등을 계속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관심 있는 의사는 이 방법을 재현해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했는가?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의 두 ‘선구자’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천양지차다.

프랑스에서는 환자 100명은 전통적 방법으로, 다른 환자 100명은 새로운 방식으로

수술케 하면서도 전적으로 환자가 수술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랑삭 박사는 “기존 방법과 새 수술법이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자세히

알리고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충분히 알리고 동의를

얻는(informed consent)’ 방법을 적용한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송 교수와 다른 대학병원의 심장 전문 의사에게 번갈아 진료를 받았던 한국

환자들은 “송 교수로부터 두 가지 수술방법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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