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10억 잃은 강병규는 충동조절장애?

뇌 흥분물질이 주는 짜릿함 맛보려 계속

방송인 강병규가 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도박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병규는 18일 검찰 조사에서 필리핀에 서버를 둔 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억대 도박을 한 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사실이

알려지면 연예인 생명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은 모든 중독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도박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고이고, 이미 중독이 됐다면 병으로 인정하고 적극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임만 좋아해도 도박 중독?

최근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가 ‘사행산업 이용 실적’에 따르면 한국마사회,

강원랜드,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운영하는 도박중독 예방센터의 상담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 1만457건, 07년 1만5079건, 08년 1월~8월 1만2628건 등이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로또에 카지노, 경마, 경륜, 포커, 고스톱,

인터넷 도박까지 도박을 좋아하는 것으로 치면 한국인이 중국인 다음일 것이다”며

“개인적 성향도 중요하지만 경제 불황에 타격을 받은 사람이 도박이나 복권 같은

운에 의존하려는 심리, 사회 어느 곳에서든 도박을 쉽게 접할 수 환경도 도박중독자를

늘리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정신질환 진단 목록인 ‘DSM-Ⅳ’는 병적 도박을 ‘충동조절장애’ 범주에

포함시킨다. 충동조절장애는 충동을 조절하는 뇌 회로가 고장나 충동을 억제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충동적이고 위험을 즐기는 사람, 약물 의존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등은 도박중독에 빠지기 쉽다.

분당제생병원 정신과 김정훈 교수는 “도박이나 게임을 할 때 흥분하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서 강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한번

느껴본 사람은 계속 도박 또는 게임에 탐닉하면서 중독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박중독자들은 대부분 재미나 취미로 도박을 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뇌의

충동 처리 시스템이 고장난 질병으로 치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박 때문에 일상 지장받으면 중독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자보다는 주위에서 도박중독이라고 판단하고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도박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고, 금전적으로 자신이나 주위에

피해를 주고 거짓말을 하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도박중독 치료에는 개인상담과

집단상담, 최면요법 등이 동원된다.

도박중독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기도 하다. 김정훈 교수는 “도박중독이

심해지면 빚이 늘고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며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이 도박중독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도박 폐해가 많아지면서 전문 치료 기관도 느는 추세다.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가

서울 광화문 오피시아 빌딩에 중독예방 치유센터를 운영 중이며, 한국마사회도 서울

용산, 경기도 분당과 과천, 부산(2곳), 제주 등 총 6곳에 유캔센터를 운영 중이다.

강원랜드는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와 강원랜드 현장에 한국 도박중독 예방치유 센터를

설치했다.

이영식 교수는 “도박으로 한번 돈을 따본 사람은 승률이 5%도 안 되는데도 이번엔

꼭 딸 것 같은 믿음에 빠지기 쉽다”며 “도박에 손대지 않는 게 중요하고 중독이

의심되면 빨리 치료를 받고 도박을 끊는 자조모임에 가입해 다른 일이나 취미에 관심을

돌리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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