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정성’을 실천하는 ‘미친’ 의사

관악이비인후과 최종욱 원장

“육체의 암보다 무서운 것은 마음의 암입니다. 큰 병에 걸리면 대부분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병에 걸렸나, 죽는 것은 아닐까, 이 의사는 믿어도 되나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음의 암에 걸리게 되는 거죠. 의사는 병의 치료뿐 아니라

환자들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내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정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고려대의대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부원장, 고려대 안산병원

원장을 역임하고 2002년 개원하고 나서도 국내 두경부암 권위자로 활동하고 있는

관악이비인후과 최종욱 원장(60).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의료에 미쳐 있음은 물론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어떤 일이든 간에 미쳐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미친 이력’은 먼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두경부외과를 개원한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목은 주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데다 잘못하면 호흡장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큰 병원에서도 수술이

쉽지 않은 부위다. 고난이 수술이 필요한 분야를 개원해 진료하겠다는 것은 지뢰밭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과 같았다.

미쳤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꾼다

1차 의료기관은 의료수가도 낮고 특히 두경부외과는 위험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상대적으로 더 낮기 때문에 병원 운영에 고민이 상당했다. 주위에서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개원 뒤 대학병원에서 20년간 치료하고 돌봐왔던 환자들이 찾아와 병원 운영은

정상화됐고 지금은 대학병원보다 더 많은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현재 수술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두경부암 초기 환자, 갑상선 환자, 후두암 환자들로 하루 6~7번

수술을 한다.

그는 또한 2004년 국내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갑상선 내시경을 전수해 이비인후과

영역을 갑상선까지 확대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원래 외과의 치료분야였던 갑상선을

이비인후과 영역으로 포함시킨 것이었다. 외과 의사들의 반발도 많았지만 ‘미쳤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도전이 또 이뤄진 셈이었다.

의료에 미친 것 말고도 그가 지난 30년을 넘게 지켜온 철학은 ‘정성’이란 단어

하나로 집약된다. 의술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촌이 아닌 봉천동에서 개원한 것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약하고 가난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금전적으로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훨씬 더

힘들어 합니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거든요. 의사로서 마음이

늘 편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그런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요. 그것이 평생

제가 할 일이죠.”

첫 주사는 직접 놓으며 체온을 나눈다

입원 환자들에게 정맥주사를 놓는 일은 보통 간호사나 인턴의 일이다. 하지만

최 원장은 자신이 직접 주사를 놓는다. 병원에서 겪는 첫 아픔을 함께 한다는 정성의

표현이다.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죠. 다른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는데

의사가 직접 주사를 놓으니. 하지만 체온이 닿아서인지 의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합디다. 그게 바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환자에게는 체온을 전하고, 치료를 받다 숨진 환자에게는 더 정성을 기울이지

못한 위로를 전한다. 최 원장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연을 날려 그

영혼을 위로한다. 직접 문상을 가기도 한다. 환자가 먼 곳에서 운명하면 직접 찾아가지

못해도 위로금을 전달한다. ‘연 날리는 의사’, ‘죽음까지 동행하는 의사’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어릴 때부터 연을 직접 만들어 날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높이 오르는 연과 내

손 끝에 연결된 실이 저 너머 세상과 연결해 주는 느낌을 줍니다. 1985년쯤인가 제가

돌보던 후두암 환자가 투병할 자신이 없다며 저 세상에 가더라도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쪽지를 줬어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고 저한테 심경을 전한 건데, 내 부족한

의술에 은혜를 입었다고 하니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제 손을 꼭 잡은

채 환자는 눈을 감았어요. 그 뒤로 많은 환자들의 문상을 다니면서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 반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을 날리는 것도 제게

하나의 의식이에요. 환자들의 영혼 앞에 겸허히 마음을 바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원장은 1984년에 이사 간 아파트에서 24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새벽 5시면

매일 세차를 하러 나오는 아주머니와 우유배달 아주머니를 ‘인생 최고의 스승님’이라

부른다.

낮은 데서 숭고함을 발견한다

“진정한 스승은 행동과 말 하나하나 다 본받고 싶고 곁에 있으면 그 향기만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오는 사람이에요. 세차 아주머니, 우유배달 아주머니는 매일

새벽 저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낮은 곳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들은 포장하지 않아요. 새벽에 이뤄지는 그분들의 일은 숭고합니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도 그거에요. 포장된 의료가 아니라 숭고한 의료 말입니다.”

최고, 최초, 최대를 치켜세우는 현대 의료 풍토에서 최 원장은 낮은 곳에서의

최선, 최상, 최종에 의료의 숭고한 가치를 둔다. 진정한 의료는 병을 고치는 데 최선을

다하고, 환자를 내 몸처럼 최상으로 돌보며, 완치될 때까지 최종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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