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고통’, 참지 말고 치료 받자

성교통, 대개 육체적 원인…약물로 치료 가능

건조한 가을, 피부만 당기는 것이 아니다. 마음도 당긴다. 성교 때 여성이

통증을 느끼는 ‘성교통’으로 부부 관계가 소원하다면 마음의 문제인지 몸의 문제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여름에는 세균성 질염으로, 가을에는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과민성 방광, 요실금 등 환자가 증가한다. 이런 통증이

성교통의 원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씩은 경험하는 흔한 현상인 ‘성교통(dyspareunia)’은

성교 때 음경이 삽입될 때나 피스톤 운동 때 지속적으로 느끼는 통증 또는 성관계

직후에 느끼는 통증을 뜻한다.

‘미국 산부인과 저널 (American Jou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AJOG)’에 따르면 세계 여성의 4~15%, 유럽에선 12%가

성교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미애로산부인과 김해성 원장은 “정확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국내 성교통

유병률을 10%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심리적 원인만으론 발생 거의 없어

성교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육체적, 정신적, 성 심리, 식이요법, 유전적, 호르몬

등의 원인이 알려졌다. 문제는 주요 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선 관련 연구도 적고, 환자 역시 성교통을 겪어도 병원을 거의 찾지 않아

베일에 싸인 병이기 때문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여성건강 클리닉 김은숙 교수는 “연구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성과 관련한 문제에 수치심을 느껴 조사 대상군 모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주로 육체적, 정신적 원인으로 나눠 성교통 발생 원인을 찾는다.

일반인들은 심리적 원인으로 성교통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문의들은 심리적

원인만으로 성교통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교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여름에 높은 습도로 세균이 번식해 발생하는 질염,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감소로 발생하는 질 건조 등을 가진 경우가 많다. 또, 외음부와

회음부에 발생하는 피부 질환도 성교통의 주된 원인이다.

김해성 원장은 “외음부에 염증이 생기면 자연히 통증이 발생하고,

그 통증이 여성 생식기 전반으로 퍼지거나 염증 부위에 마찰이 생겨 성교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 고통을 석달 치료로 날려보내

여성 생식기 피부 질환은 접촉성 피부염이 일반적이다. 피부에 자극을 주는 물질에

피부가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대표 물질은 월경

때 사용하는 생리대다.

그 밖에 입 주변에 물집을 만드는 ‘헤르페스 바이러스(HSV)’도 성기에 발생하면

성행위 시 상대방으로부터 옮았을 수 있기 때문에 접촉성 피부염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드문 사례지만 외부의 염증 유발 물질이 없이 자가면역 질환으로 여성

생식기가 허물어져 내리는 경화태선 등도 통증을 유발한다.

여성 생식기 피부 질환은 대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환자들이 마음대로

약을 선택해 사용한다는 점이다.

김해성 원장은 “처방 없이 임의적으로 약을 오용하면 민감한

피부 조직이 파괴되고, 이렇게 만성이 되면 완치가 어렵고 치료 기간도 길어진다”며

반드시 진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염증 등으로 인한 성교통은 다른 여성 생식기 질환에 비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윤하나 교수는 “만성 염증 후유증 때문에 삽입 시 통증을 느껴 3년

동안 성관계를 하지 못한 환자도 두세 달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된 적이 있다”며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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