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질병 홍보대사?

일반인 관심증가에 예방 효과까지

MBC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성송연 역의 탤런트 한지민(26)이

드문 병인 메니에르 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메니에르 병은 속귀의 달팽이관 등에서 림프액이 필요한 양보다 많이 만들어지거나

흡수장애가 일어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어지러운

증세가 되풀이되고 난청, 귀울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대부분 환자가 천천히 청력을

잃는다.

이 병은 12일 종영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청신경 종양에 걸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주인공 두루미가 걸린 것으로 의심 받았던 병이기도 하다.

‘한지민, 메니에르 병’이라는 기사가 뜨면 그녀의 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 병이 어떤 병이며 증상-예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암 검진율 급증은 장진영 효과?

TV에서 폭력적-성적 내용을 보여 주고 이를 많이 시청하면 폭력사건이나 10대

임신율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에서 보듯 언론 매체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따라서

연예인이 특정 질병에 걸리거나 그 질병에 대해 몇 마디 하면 그 질병의 ‘얼굴’은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림대 성심병원 이병철 병원장은 “질병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선

질병을 알리고 예방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예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탤런트 장진영이 위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의

충격 때문일까. 최근 국립암센터는 지난 10월에 개인적으로 암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이 9월에 비해 26% 늘었으며, 11월 예약자도 전달 대비 25%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이를 ‘장진영 효과’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젊은 여배우의 암 진단 소식이 암 검진 수요를 늘렸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국립암센터에서 올 들어 두 달 연속 20%가 넘는 진단 증가는

처음이며, 장진영의 위암 진단 사실이 알려진 다음부터 진단 예약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록 허드슨-AIDS, 이주일-폐암, 김민선-실어증

외국에서도 유명인의 질병은 대중의 큰 관심거리다. 1985년 영원한 할리우드의

연인 록 허드슨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려 사망하면서 AIDS에 대한 관심은

한 단계 증폭된다.

그가 숨지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은 AIDS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즉 악수만

해도 옮을 수 있고, 수영장 물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스타 록 허드슨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투병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AIDS를 제대로 알게 됐다.

코미디 황제 이주일 씨 역시 2001년 10월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뒤 2002년 8월

숨질 때까지 흡연의 위험성을 알려 금연 열풍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그가

TV에 나와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말 한마디만으로 질병 정보를 준 예도 있다. 13일 개봉된 영화 ‘미인도’에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 역을 맡아 과감한 노출 신을 선보인 김민선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 때문에 실어증에 빠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김민선-실어증’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말을 잊는 실어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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