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의사 “아직도 진료 중”

‘은퇴날 안 잡은’ 국내 최고령 의사, 김응진 을지병원 당뇨센터장

화요일 낮 12시20분. 점심 식사에 여념이 없을 시간이지만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당뇨센터 김응진 당뇨센터장(92세) 진료실은 아직도 ‘오전 진료 중’이다.

국내 최고령 의사로서 이 병원 의무원장까지 맡고 있는 김응진(92) 원장은 60년

넘게 당뇨병 환자를 봐왔지만 아직도 환자에게 물어볼 게 많다. 기다리다 못한 직원이

“점심 식사 하실 시간”이라며 알려 드려도 “대기 환자까지 보고 알아서 식사할

테니, 방해하지 말고 나가라”고 명령하신다.

김 원장이 병원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은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밥값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할 수 있는데 왜 놉니까?” 우렁찬

목소리에서 열정이 뭉턱뭉턱 묻어난다.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의 전신인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1946~81년 35년 동안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김 원장은 정년 퇴직 이듬해인

1982년 을지병원 병원장으로 취임했으며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근무 중이다.

근무 기간은 지금도 정년퇴직 전과 다를 바 없다. 오전 6시 30분 당뇨센터에 도착해

진료 준비를 하고 8시 30분부터 회진에 나선다. 매일 만나는 외래 환자만 40명을

넘는다.

그는 “당뇨는 평생 병이다 보니 몇 십 년 봐온 환자도 있다”며 “나를 찾는

환자가 고마워서라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3대가 당뇨병 전문의

김 원장은 대한당뇨병학회를 창립하는 등 한국 당뇨병 역사의 산 증인이다. 당뇨는

50년 전만 해도 희귀한 병이었다. 소화기학을 전공한 그는 50년대 후반 미네소타대학에

교환교수로 가서 당뇨병 환자를 처음 접했다.

그는 “교환 교수 시절 당뇨병을 집중 연구한 뒤 귀국해 한국에 당뇨병을 알리고

진료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그는 1968년 동료 의학자 12명과 함께 대한당뇨병학회를

창립, 본격적인 학술활동을 시작했다. 학회 회장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저서에서 나오는

인세 등을 모아 꾸준히 학회를 후원하고 있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역임 “아픈 데 없다”

그의 건강 관리 비결은 운동이다.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 선수였을 정도로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다. 몇 해 전까지는 골프도 즐겼으나 5~6시간 걷는 게 체력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해 요즘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테니스를 치고 집 근처 양재천을 2시간씩 걷는다.

김 원장은 “평생 운동을 즐기다 보니 지금도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며 “담배는

원래부터 피우지 않았고 술은 지치지 않고 마실 수 있다”고 여전한 체력을 자랑한다.

그는 당뇨병 환자에게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함’을 강조한다. 자식 대하듯 환자들에게

“쌀이나 과일처럼 당이 많은 음식을 줄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라”고

당부한다.

장남 영건(충남의대 내과 교수)씨와 손녀 현진(을지의대 내과 교수)씨도 당뇨병을

전공해 3대가 한 길을 걷고 있다.

김 원장이 진료실을 떠날 날자는 잡혀져 있지 않다. 주위에선 일을 줄이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시라고 권하지만 그에겐 환자와 함께 하는 삶이 최고의 즐거움이란다.

김 원장은 “환자를 만날 능력이 없어지는 날이 내가 진짜 은퇴하는 날”이라며

시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약력

△1916년 평양 출생 △35년 평양 숭실중 졸업 △39년 경성의전 입학 △49년서울대 의대

조교수 △55년 서울대 의대 당뇨병 박사 △65년서울대 의대 교수 △68년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81년 서울대 명예교수 △81년 을지병원 내과부장

겸 당뇨병과장 △82년 을지병원 병원장 △85년 을지병원 의무원장 △95년 대한당뇨협회 명예회장, 을지병원 당뇨센터장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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