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것들 다 묻어 버리겠다는 ‘미쓰 홍당무’

안면홍조증엔 약물-심리 치료 병행해야

“푹! 푹! 푸~욱!” (삽질 소리)

“이쁜 것들… 다 묻어버리고 싶다!”

영화 ‘미쓰 홍당무’의 여주인공 양미숙 선생(공효진 분)은 안면홍조증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다. 그리고 일도 연애도 삽질(?) 중이다. 안면홍조라고 양볼이 발그레

물든 귀여운 모습을 상상하면 영화 시작부터 ‘아니올시다’다.

툭하면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가 아니라 ‘불타는 고구마’ 수준이다.

‘촌년병’이라고도 불리는 안면홍조증은 피부 혈관이 수축 기능을 상실하고 지속적으로

확장돼 얼굴이 붉게 변하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온도의 변화나 자외선 등에 따라 얼굴이 붉어지는 혈관성, 그리고

감정 변화에 따라 붉어지는 자율신경성으로 나뉜다.

명상 등 통한 심리적 안정도 중요

서울대병원 피부과 김규한 교수는 “혈관 문제나 질병으로 인한 안면홍조증은

비교적 치료가 쉬운 반면, 심리적 요인으로 빨개지는 신경성 안면홍조증은 상대적으로

치료가 어렵다”면서 “두 경우 모두 약물 치료를 선행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레이저 시술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안면홍조증 치료에는 항생제나 프로토픽, 엘리델 등의 아토피 치료제가 처방된다.

이 치료제들은 얼굴이 붉어지는 염증 작용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은 신경성 안면홍조증으로 추정된다. 부끄러워하고,

내숭 떨고, 화 내고, 고백하고, 엉뚱한 일을 벌이느라 얼굴이 식을 새가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오늘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양미숙처럼 하루 종일 홍당무 상태가

지속되는 자율신경성 안면홍조증 환자는 드물다”며 “보통 특정 상황에서 얼굴이

확 빨개졌다가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전기자극 치료는 아직 효과 입증 안돼

영화 속 양미숙은 홍조증을 고치겠다며 근육 마사지용 전기자극기를 양 볼에 붙이기도

한다. 따라하려 마음 먹었던 사람이 있다면 멈추는 게 좋다. 강 원장은 “전기 자극

치료의 효과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고 전했다.

안면홍조 증상 완화에는 심리적 안정이 좋다. 영화에서 꼬장꼬장한 교장이 방송할

때 양미숙은 혼자 딴전을 피우지만 이런 ‘한심한’ 시간에 혼자만의 명상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안면홍조증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높인다.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고, 빨개져 더

부끄러워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성격은 내성적으로 변하고, 심리적 뒤틀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 원장은 “실제로 안면홍조증으로 피부과를 찾는 사람 중 많은 경우 심리적

문제까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미숙 역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피해의식에

과대망상까지 골고루 갖춘 비호감녀로 희화화된다.

양미숙은 “열심히 해도 소용없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했다가

곧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돼”라며

오락가락한다.

그녀는 학창시절 담임 선생의 호의를 호감으로 착각해 나홀로 사랑을 키웠다.

‘재재재작년 회식 때’ 만취한 그와의 가벼운 신체 접촉은 그녀의 망상을 통해 불륜으로까지

재해석된다.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서국희 교수는 “사회공포증이 있는 소외되거나 내성적인

사람들은 혼자 상상을 많이 하고 그 상상을 키워 세상을 왜곡되게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정신병일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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