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뇌’에 콩깍지를 씌우네

사랑에 빠지면 멋진 이성 나타나도 무감각

셰익스피어는

썼다. ‘사랑은 눈이 멀어버리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를 ‘콩깎지가 씌었다’고

표현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다른 이성이 아무리 잘 나고 예쁘다 해도 ‘눈 독’ 들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 사람에게만 헌신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인스턴트 식 사랑이 팽배해진 요즘, 셰익스피어의 ‘눈 먼 사랑’이 더욱 절실하다.

 ‘콩깍지와 사랑의 비밀’에 대해 파헤쳐본다.

사랑에 빠진 뇌파는 미친 사람 뇌파와 비슷

사랑에 빠지면 ‘더 나은’ 이성이 왜 안보일까? 정종기 인간관계회복연구소장(성결대

 심리학과 교수)은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의 뇌파를 측정하면 보통 때와 다르며

마치 미친 사람의 뇌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성적 기능이 마비된 상태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정 소장은

 “사랑에 빠진 경우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그려왔던 이상형 또는 그에

가까운  사람을 만날 때가 많다”며 “상대방에게 헌신적이 되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으면  정신적으로 마취된 상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인가에 몰두할 때 다른 상황은 인지 못하는 상태가 사랑에 빠지면  바로

옆의 ‘더 멋진’ 이성에게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사랑에 눈 머는’ 현상에 대해 기존 연구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의식적으로’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것”이라 해석해 왔다.

시각 반발현상에 의해 매력적 이성 봐도 ‘무덤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존 매너 박사 팀은 실험을 통해 사랑에 빠지면 ‘의식적으로’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을 접는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신경이 꺼지는

것인지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성과 교제 중인 57명의 대학생(A그룹)에게 자신의 짝에게 최고로 사랑을

느꼈을 때를 쓰라고 했다. 그리고 56명의 다른 대학생(B그룹)에게는 일반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경우를 쓰라고 요구했다. A그룹을 사랑에 푹 빠진 상태로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그 다음 학생들에게 500 마이크로세컨드(100만 분의 1초) 간격으로 바뀌는 60개의

 사진을 보여줬다. 아주 매력적인 남성과 여성, 보통 외모의 남성과 여성 사진들이었다.

 사진 사이사이에는 네모나 동그라미 도형이 아주 짧은 순간 비춰졌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도형을 알아맞히도록 한 결과, 사랑에 빠진 A그룹은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 뒤에 나타나는 도형을 알아내는 데 거의 지장을 받지

않았다.  반면 B그룹은 밋밋한 얼굴 사진 뒤에 나타나는 도형 맞추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매력적인 이성 사진 뒤에 나타나는 도형 맞추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즉 매력적인 이성의 모습에 ‘제 정신’인 B그룹은 신경을 빼앗긴 반면, 자신의

 짝에 몰두한 상태인 A그룹은 뇌에 ‘콩 깍지’가 씌워져 다른 멋진 이성의

모습에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는 결과다.

매너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는 사진이 바뀌는 속도가 매우 빨라 피실험자들이

 ‘의식적으로’ 자신의 정신상태를 조절할 여유가 없었다”면서 “사랑에 콩

깍지가  씌워지면 다른 이성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이성 옷은 기억해도 얼굴은 기억 안나

다른 실험도 있다. 미국 UCLA대학 지안 곤자가 박사 팀은 연애 중인 대학생 120명에게

 여러 남녀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중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고르라고

시켰다.  

이어 12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 1에는 자신의 짝이 가장 사랑스러워 보였던

 순간을 회상하는 글을 쓰도록, 그룹 2에는 자신의 짝이 가장 섹시했던 순간을,

그리고  마지막 그룹 3에는 아무거나 마음대로 작문하도록 시켰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글을  쓰다가 혹 앞서 본 매력적 이성이 생각나면 떠오르는 생각을

여백에 간단히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 결과 1-2 그룹에선 앞서 본 매력적인 이성에 대해 여백에 쓴 비율이 6분의

 1에 불과했다. 자신의 현재 짝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리는 순간, 금방

본 매력적  이성은 쉽게 뇌리에서 잊혀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실험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작문이 끝난 뒤 질문을 통해 “아까 고른 사진 속의 매력

 남 또는 여에 대해 기억나는 점을 얘기해 봐라”고 시킨 결과다. 사랑의 감정에

빠지지  않은 그룹 3 대학생들은 쉽게 매력 남-녀의 얼굴 특징에 대해 말했지만,

‘사랑의  콩 깍지’가 씌워진 1-2 그룹 학생들은 매력 남-녀의 인상착의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오히려 사진을 찍은 장소가 뉴욕이라든지, 사진

속 사람이 입고 있던 옷 등을  더 잘 기억했다.

‘콩 깍지’가 씌워진 사람은 모든 것에 대해 눈이 머는 것이 아니라 이성 남-녀의

 얼굴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눈이 먼다는 반증이다.  

다른 이성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일단 사랑에 빠지면 다른 이성에 대해서 눈이 머는 현상은 진화론적으로 쉽게

 설명된다. 인간은 자녀가 혼자 살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양육해야 하는 기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긴 동물이다. 따라서 일단 콩 깍지가 씌운 뒤엔 오랫동안

‘벗겨지지 않는’  사람이 자녀의 생존에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며, ‘쉽게

벗겨지는’ 사람보다 후손  증식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사랑의 지속을 위협하는 최고의 방해 세력인 다른 이성의 접근을 기본적으로 차단하는

 본성을 사람은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 사회심리학과 조셉 포가스 박사는 “때로

 자기파괴적인 결과로 이끄는 사랑의 감정을 설명하는 데 심리학자들은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로맨틱한 사랑은 최고의 짝을 지속적으로 찾으려

애쓰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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