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 엉터리 질병정보를 TV에서 추방

이제 ‘진짜 백혈병 정보’가 TV에 나오네

“너 혹시 CML이라는 병 알아?”

“CML? 알지 그럼? 만성 골수성 백혈병 아냐? 누나가 CML을 다 알아?”

“나 아는 사람이 그 병이래, 심각한 거야?”

“아냐, 요즘엔 좋은 신약이 많이 개발돼 백혈병이라도 전처럼 급성기로 전환되는

일은 거의 없지. 5~10%(5년 누적) 정도나 될까? 평생 약 복용하면서 건강관리 신경

쓰며 병과 친구처럼 지낸다고 생각하면 돼.”

의사끼리의 대화일까. 아니다. MBC 주말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2일 방송분에서

나온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에 걸린 누나(이소연 분)와 남동생(진이한 분) 사이의

대화 내용이다.

이젠 드라마 속의 질병 이야기도 잘못 전달하면 ‘너무너무 똑똑한’ 누리꾼의

항의를 받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자도 사실 확인에 신중을 기하고 내용도 자세히

소개하는 편이다.

백혈병과 관련된 내용도 마찬가지다. 백혈병은 과거 소위 ‘드라마 병’이었다.

툭하면 젊은 주인공이 걸리는 불치병의 대명사로 백혈병이 튀어나와 눈물샘을 자극했었다.

그러다 보니 백혈병과 관계없는 ‘가짜 정보’들이 사실인 것처럼 TV를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잘못된 질병 정보 나오면 바로 ‘집중토론’

2000년 KBS 2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는

의사가 백혈병에 대해 “유전될 확률이 높은 병”이라고 말하지만 백혈병이 유전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또 같은 해 방송됐던 KBS 2TV의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에서는 위암 말기의

엄마가 소아백혈병을 앓고 있는 자식에게 골수를 이식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골수 이식 때 골수 제공자의 혈액이 정밀 검사되는데 암이나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절대 골수 이식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가 드라마에서 판을 치다 보니 조금만 어지러움을 느껴도 백혈병이

아닐까 하는 염려증에 빠지곤 했던 것이 불과 7~8년 전의 풍속도였다.

불치병으로 ‘눈물범벅’ 이젠 안녕

그러나 요즘엔 잘못된 의학 정보를 드라마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화제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여주인공이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보이는 어지러움

등은 극 중 의사가 밝힌 ‘청신경 종양’ 증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현실과 다른 증상이 드라마에 나왔다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바로 출동했을 것이다.

또한 요즘 드라마에서는 환자인 주인공을 더 이상 허연 피부를 가진 연약한 주인공으로

분장시키지 않는다. 실제 CML 환자를 만나보면 복용 중인 약물 글리벡 때문에 다소

창백한 기운은 있어도 일반인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이려 노력하고 일반인과의 차이도

외모로는 알아채기 힘들다. 현실과 드라마가 만나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도 여주인공은 실제 CML환자처럼 환자 모습을

담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용기 있는 모습을 보이며, 병으로 인한

심리적인 압박을 떨쳐낸다.

명랑하며 씩씩했던 주인공이 드라마 중반을 넘으면서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면서

비련의 주인공으로 바뀌고, ‘눈물로 도배가 되는’ 판에 박은 스토리 전개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는 현장이다.

(도움말〓가톨릭의대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교수)

권병준 기자 riwo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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