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헬스로 건강 챙기는 날 눈앞에 왔다”

2010년 세계 10조 달러 시장 형성 예상

아침 6시 침실. 자명종 대신 스피커에서 요들송이 울려 퍼진다.
A기업의 중역 구보(55)씨는 침대에서 일어나 벽을 바라본다. 벽걸이 TV 모니터에는

혈당·혈압·심전도 등의 정보, 권장 아침 메뉴와 함께 이날 날씨에

따른 건강상 유의사항이 뜬다.
전날 밤 화장실 좌변기에 설치된 혈당체크기, 침실의 체온ㆍ심전도 체크장비 등이 자동적으로 신체정보를 체크하면 컴퓨터가 밤새 이를 분석해 알려주는 것이다.
구보씨는 ‘건강 정보’를 다 보고 난 뒤 뉴스 메뉴를 선택해 전날 소식을 체크한다.

미리 본 2015년 서울의 아침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

사업이 아침 풍속을 바꾸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U헬스를 건강 의료 분야의 최대 공약으로 걸었다.

U헬스는 정보통신 기술을 건강 의료분야에 접목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를 가리킨다. 정부는 9월 향후 5년간 99조4000억원을 들여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심에 U헬스가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전자쇼(CES)’에서 빌 게이츠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향후 IT산업의 미래는 의료에 있다”고 선언한

뒤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 분야의 지구촌

시장 규모는 2008년 5조 달러, 2018년 10조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U헬스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이 분야

후발주자인 데다 그나마 병원이나 의료원 등 의료공급자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의료 수요자의 삶을 바꿀 연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2015년 구보씨의 낮과 밤은 어떻게 바뀔까?

우선 몸이 아프면 PC나 휴대전화를 통해 증세를 체크한다. 집에서 옆구리가 심하게

아파 PC 리모컨을 통해 몇 가지를 차례로 체크했더니 담석이 의심된다며 빨리 병원에

가라는 메시지가 뜬다. ‘병원 찾기’ 메뉴를 누르면 항공사진으로 찍은 지도에서

병원의 동영상 사진, 이용자 평가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그는 A종합병원에 가기로

한다.

PC를 통해 예약을 하고 A병원에 도착했더니 병원 응급실 입구에선 전파식별장치

해독기(RFID Reader)에 따라 신원이 자동적으로 체크된다. 별도로 수속을 받을 필요가

없다.

간호사가 그를 병상으로 안내하면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휴대용 단말기를 갖고

나타난다. 의료단말기는 RFID 및 스마트카드 해독기, 카메라 등이 달려 있는 컴퓨터다.

2008년 초 인텔이 첫선을 보였다.

의사는 어느 병원에서나 환자의 의료정보를 볼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부(EHR·Electronic

Health Record)’를 통해 구보씨의 병력, 알레르기 약물 리스트 등을 체크한 다음

무엇을 검사할지 결정한다. 의사는 그의 의료기록을 볼 수는 있지만 이를 자기 병원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할 수는 없다. 환자의 비밀 보호 차원에서 휘발성 보안(Volatile

Security) 시스템에 따라 정보는 일정 시간 뒤 자동으로 의사의 모니터에서는 지워진다.

구보씨가 병원에서 퇴원하면 자동적으로 약국에 처방약 목록이 통보되고 집에

도착할 무렵 약이 도착한다. 이런 모든 것이 스마트카드 덕분에 가능해진다.

이런 가상의 미래는 여러 단계를 거쳐 올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헬스케어메디텔 등 10여 개 업체가 단말기와 유무선 전화로 심전도·혈압·

혈당 등 건강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가

휴대전화 크기의 단말기를 쥐고만 있으면 각종 건강정보가 건강관리 업체나 병원에

전달된다. 건강관리업체는 평소 이용자의 신체 특징에 따라 음식·운동 등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나 병원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제공하고 병원에서는 진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처방을 내린다. 2010년께부터 멀리 떨어진 환자를 컴퓨터 화상을

통해 진료하는 원격의료도 다양한 방식으로 본격 전개될 것이다.

이에 앞서 이런 서비스들을 불가능하게 하는 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U헬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범위와 요율

등을 정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정부가 전자의무기록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비밀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며 반대해 유보되고 있다. U헬스 사업에 대한 관련 집단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걸림돌이다.

정부는 EHR을 도입하면 환자의 약 독성을 미리 알 수 있고 필요 없는 검사를 줄일

수 있어 환자의 건강과 보험재정의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사단체가 “환자의 비밀이 새나갈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2010년 국공립

의료기관으로 범위를 좁혀 시범 시행할 계획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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