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살아있는 좀비



1895년 12월 27일 프랑스 리옹. 노천 카페에서 상영된 16 프레임(지금은 24 프레임) <기차 도착>이 영화역사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영화관람 형태의 시작은 야외였다.

이런 관람 방식이 오디오 개발, 집중력, 인간의 은밀한 훔쳐보기 욕구와 복합되어 극장이라는 어둠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돼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1년에 평균 400번 정도 -영화제를 찾아 1일 평균 4편을 몰아보는 것 포함- 어둠의 공간을 찾다보니 외모만 인간이고 행동은 동물 같은 ‘좀비. zombie’들을 너무나 많이 목격한다.

핸드폰 통화, 김밥먹기, 의자 차기, 코곯이 등 갖가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는 애국가 가사일 뿐이고 ‘오!, 필승 코리아’는 히딩크가 월드컵 대표팀 감독 시절 때만 통용됐던 설화(說話)다.

삼겹살 집에 버젓이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쌈밥 집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온 50대 중반의 아줌마가 오줌을 누이는 것을 보고 열통이 터져서 ‘여기, 개새끼 데려오는 곳입니까?’라고 했더니 ‘어머! 어머! 저 아저씨 봐, 무식하게! 아니 우리 메리한테 개새끼래! 몰상식하긴, 별꼴이야!’ 구시렁구시렁.

맞다! 요즘 공공장소에서 패밀리인 강아지에게 ‘개의 새끼’라는 뜻의 ‘개새끼’라고 했다가는 린치당한다.

충무로 대한극장 근처 가축 병원에서 판매하고 있는 개껌은 3,000원이다. 나는 지하철 가판대에서 500원짜리 자일리톨 껌을 사 먹는다. 껌값으로 비교해 보면 난 ‘개만도 못한 인간이다’.

칼부림이 오가는 영화관에 자식 조기교육을 위해 어린 아들을 버젓이 데려오는 20대 중반의 애 엄마도 자주 본다.

그들은 600원짜리 생수 페트병에 ‘오줌을 누인다’. 빨리 싸라는 뜻으로 추임새 ‘쉬! 쉬’를 쏟아 놓으면서….

핸드폰은 영화관 실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공공의 적 1호다.

‘어, 난데!’ 여보세요?, 잘 안 들려 크게 말해!’, ‘나 지금 영화봐! X나 재밌다! 너도 꼭 봐라!’, ‘근데 내가 말한 대로 왜 업무처리를 안 해주는 거예요, 내가 물로 보여요?’, ‘영식이 엄마, 이번달 왜 곗돈을 안줘! 그리고 우리 이번 달 모임 장소, 왜 있잖아 오리고기 집, 아 그저! 영등포역에서 직진해서 경방 백화점 뒷골목에 있는 집, 맞아 그 집! 그럼 그날 봐! 그리고 오늘 곗돈 입금시키는 것 잊으면 안 돼! 알았지, 끊어!

휴∼! 귀가 뚫어져 있어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잡음들이다.

웃고 떠들고 소리 지르는 몰상식

영화는 이미 라스트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근데 줄거리가 어떻게 된 거야! 진정하려니, 이번에는 퀴퀴한 단무지 냄새가 난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김밥’임을 눈치챈다. 밀폐된 극장에서 김밥 냄새는 죽음이다.

하기야 만원 지하철 안에서 태연하게 흰색 호일로 싼 1,000원짜리 김밥을 먹고 출근하는 office lady도 종종 목격한다. 경제력(?)이 있는 여자는 1,200원짜리 ‘석봉 치즈 토스트’를 먹는 경우도 있다.

그녀들은 김밥이나 토스트를 거나하게 먹고 거의 99%는 화장을 시작한다! 난 얼굴에 발라야 되는 여성용 화장품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골고루 거의 20분 이상.

가방에 ‘샘터’ ‘좋은 생각’ 심지어 2,000원짜리 포켓북으로 교양을 쌓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긴 화장도 얼굴에 칠하는 것이니 ‘쌓는다’는 의미에서는 피장파장인가?

부모 세대보다 잘 먹어서 그런가? 유난히 다리가 긴 사람이 많다. 뒷좌석 앉은 이가 자꾸 등받이를 찬다! 다리를 이리저리 꼬느라고 툭툭 차는 횟수가 많아진다. 개그우먼 신봉선이 터트린 유행어처럼 ‘짜증 지대로다’.

어휴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갑자기 정신적 상흔(trauma)이 떠올라 혈압이 솟구친다.

지금은 폐관된 시네코아는 앞뒤 좌석 공간이 겨우 10cm 내외였다. 중간 좌석 표를 끊은 사람이 늦게 입장하면 본의 아니게 한 쪽 줄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모두 일어서서 영접을 해야 했다.

중앙시네마, 허리우드 극장에 관객이 점차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는 좌석이 불편해서다. 그러고 보면 롯데시네마 체인이 앞뒤 좌석 사이가 제일 넓다. 코엑스 메가박스와 신촌 이대 옆 신촌 메가박스도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처럼 안락하다.

사운드는 CGV가 좋다. 특히 <트랜스포머>처럼 3-D 사운드나 <베오울프> 같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CGV 5관이 최고다. 일반 사운드 영화는 4관이 좋다. <놈 놈 놈>을 CGV 4관에서 보시라!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돌비 스테레오 입체감이 끝내 준다.

방귀 뀌는 사람, 숨 쉴 때마다 악취를 풍겨 한 쪽 손으로 내 입을 막게 하는 자, 기괴하게 쉴새없이 웃어제끼는 여자. 이런 여자들은 조상들이 웃지 못해 죽은 것을 살풀이 하는 것 같다.

별로 무섭지도 않은데 ‘꺅, 끄악’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화면보다는 그 여자가 언제 소리치는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시네마 천국 오염시키는 ‘꼴불견 백태’

‘아무도 안 보겠지’라고 비디오방에 온 것처럼 쓰다듬고 쪼물락대고 괴성을 지르는 커플들. 여보소, 100일만 지나봐, 내 남자(여자)에게서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난다고! DJ Doc 김창열과 여가수 황보가 진행하는 ‘연애 불변의 법칙-커플 브레이킹’에 출연할 테니.

영화관 꼴불견으로 네티즌들이 원성을 보내는 것은 앞서 인용한 것 외에 ‘양말 벗고 비어 있는 앞좌석에 다리 걸치는 아저씨’, ‘사우나 심야에 온 것처럼 코골고 이빨 갈고 더욱이 신음소리(?) 내며 자는 아저씨’. 이런 아저씨들은 중간에 꼭 골고루 자기 몸을 긁는다.

‘쪽쪽 소리 나게 스킨십 하는 커플’, ‘여자 친구에게 앞뒤 사람 모두 들으라는 듯 줄거리 미리 크게 이야기하는 20대 남자’, ‘머리나 체구가 유난히 커서 스크린 중간을 막아버리는 비만 남자(간간이 여자도 있음)’, ‘내 팔걸이에 있는 콜라를 먹고 다시 태연하게 갖다 놓는 아저씨!’, ‘내 좌석까지 들이밀고 비스듬히 누워 영화 보는 남자’ 등이다.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갓길을 질주하는 사람처럼 오늘도 ‘나만 편하면 되지, 뭐!’라고 시네마 천국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이 득시글거린다.

‘다른 사람들을 불쾌감에 빠트리는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지’라는 말은 아동 대상 범죄용의자만 보고 하는 소리만은 아니다. 지금도 유사한 해프닝이 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7월의 폭염처럼 맹렬하게.


<추신> 

1. 매우 드물지만 오른쪽 여성관객이 나한테 기대고 ‘영화 줄거리 상황을 물어본다!’. 아마 왼쪽에 있는 남자 친구 위치를 착각한 것 같다. 난 이럴 때 그녀가 듣거나 말거나 큰 소리로 줄거리를 말해준다.

2. 내가 들고 있는 팝콘으로 ‘낯선 여자의 손이 들어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난 원형 콘 박스를 넘겨준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 박스를 받는다. 오늘 산 것은 팝콘 위에 캐러멜 입힌 4,000원짜리인데. 하지만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는다.

3. 영화가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앞 좌석 아주머니가 핸드폰을 빌려 달랜다. 용건을 끝내고 ‘총각 고마워요!라면서 통화료라고 100원짜리 동전을 준다. 난 ‘괜찮아요’라고 응답한다. ‘총각’ ㅋㅋ. 그런 날은 김밥 냄새도 샤넬 No5처럼 향긋하다.

4. N열 5번이 내 좌석인데 낯선 여자가 턱하니 앉아 있다. 난 통로 좌석을 선호한다. ‘저 거기가 제 자리인데…’ ‘예? 그냥 거기 6번에 앉으시면 안 돼요!’. ‘기세가 등등하다!’ 할 수 없지 뭐! 그냥 앉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헐크처럼 갑자기 분노감이 치솟는다. 아! 나 소심 A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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