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아날로그, 둠스데이


‘누가 뭐래도 재밌게 봤다!’
아니 어폐(語弊)가 있네! 암울한 지구 종말의 초상화를 다룬 영화다. 소재 자체를 놓고 보면 흥미롭다는 표현을 쓸 수가 없다.

그렇지만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아날로그 액션을 시도하는 영국 배우들의 열연을 보고 있노라니 세파에 시들어 주눅 들어 있던 본인의 아드레날린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자극을 받았다.

인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가? 일단 본인은 지극히 부정적으로 보는 비관주의자임을 밝힌다. 지금 돌아가는 꼴만 보아도 짐작이 된다. 동네 통닭집이 거의 문을 닫았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창궐한다는 뉴스 때문에 치킨 집이 줄도산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초기 ‘만두를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해서 만두집이 줄초상을 당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문과 눈동자만으로 인간의 생체 인식이 가능하고, 최첨단 과학 문명 속에서 인류 생활은 호사스런 낙원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그건 건축업자들 주장이다. 인터넷 발달로 한국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통신선 한 가닥만 끓어 버리면 최첨단 사이버 문명은 말짱 암흑이다.

여의도 63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2분이면 한강 이남을 훤하게 볼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63빌딩을 신속하게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전원이 끓어지면???

63층에 있는 직원이 1층까지 계단을 걸어 내려와 퇴근하려면 집에 가는 것보다 주변 사우나에 들러 땀에 젖은 몸을 식히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몇 분간의 전기 차단만큼 정치, 사회 기능을 마비 상태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 ‘바이러스!’다.

윌 스미스가 좀비에게 공격당한다는 <나는 전설이다>, 정신과 의사 니콜 키드먼이 잠자는 사이 인간의 신체를 잡아먹는다는 외계 생물체 때문에 곤경을 당한다는 <인베이전> 등은 모두 변형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는 최근작이다.

태극기를 단 태극호 탑승 원숭이가 캘리포니아의 어느 마을에 바이러스를 오염시켜 미국이 군사 작전을 시작한다는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아웃브레이크>, 브래드 피트 주연의 <12 몽키스>, 감우성 주연의 <알 포인트>, 청춘스타 조시 하트넷 주연의 <30데이즈 오브 나잇> 등은 모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 사회가 패닉 상태로 빠진다는 것을 묘사한 작품이다.

흥행가에서 공개된 바이러스 유형을 연구하면 영화학 박사 학위는 능히 수여받을 만큼 알게 모르게 엄청난 작품이 공개되고 있다.

쓰마부키 사토시, 나가사와 마사미 주연의 <눈물이 주룩주룩>은 감기인 줄 알았던 오빠가 심근염(감기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와서 심장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질병)을 소재로 했다.

또 있다. 컴퓨터에 감염된 바이러스 때문에 노트북이 먹통이 돼서 밤새 노심초사한 경험은 글쟁이들이 한두 번쯤 경험한 바이러스에 얽힌 악몽이다. 의사들이 ‘외출했다 들어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당부하는 근본 원인은 ‘바이러스’ 차단이다.

1962년부터 숀 코네리 할아버지가 등장한 007 시리즈를 보고 가장 신기했던 것은 인간의 말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최첨단 자동차였다. 30여년 뒤 이런 영화 속 장면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게 보자면 이미 1950년대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영화의 메시지도 조만간 눈앞의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이래서 본인은 앞서 기술했듯이 인류의 미래 청사진을 암담하게 보는 것이다. 정체불명의 괴질에 감염돼 병실에 있는 환자들의 실태를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수배하면 아마 엄청난 수치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한다면 보건복지가족부의 항의를 받을 근거 없는 주장일까?

서두가 길었지만 <둠스데이 : 지구 최후의 날>은 영국이 배경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리퍼 바이러스가 런던에서 발생한다. 온몸에 상처와 출혈을 일으키고 장기까지 녹여버리는 무시무시한 살인적인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영국 정부는 감염지역을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고자 감염지역을 봉쇄하고 성벽을 세워 격리지역으로 만든다.

25년 후.
런던에서 다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한다. 국가 안전국 국장은 위성을 통해 모두가 죽었을 거라 믿었던 외부 격리지역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바이러스 치료제-괴질 감염지역에 생존해 있는 인간의 항체를 이용해야 만들 수 있다-를 구하기 위해 이든 소령과 최강의 멤버들로 구성된 부대원을 은밀하게 봉쇄된 격리지역으로 파견한다.

이때부터 격리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분노에 찬 생존자들과 국가적인 목표로 바이러스 치료제를 구하기 위한 이든 소령 일행의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시종 화면이 어둡고 괴질에 걸린 인간을 처단하는 장면 때문에 목, 손, 다리 등 인체 절단 장면이 빈번하게 보여진다.

이런 암울한 장면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이다. 가족 영화가 아니니 절대 아이들은 동반하지 마시라!

암울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인류 미래를 구할 바이러스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민소매 티만 입고 고군분투하는 이든 역의 론다 미트라는 영화의 흥행성을 높이고 있는 21세기형 여전사다.

바이러스로 인해 엄마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이든이 인류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바이러스 감염지역으로 잠입해 음산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바이러스 감염자들과 총, 검술, 자동차 질주 등을 통해 벌이는 호쾌한 액션 장면은 컴퓨터 트릭을 동원해 식상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는 할리우드산 액션물과는 차별적인 느낌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다.

6월 중순부터 검은 아스팔트 콜타르를 녹여버릴 듯한 맹렬한 기세의 폭염과 무더위 속에서 105분 동안 진행되는 인류 여전사의 바이러스 전쟁은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제격이다. 오락 영화이니 작품성은 따지지 마시길. 6월 19일 개봉.

1. 영화 전문 사이트에 올라온 프리뷰를 보니 ‘B급 영화, 광고 빨에 속지 말 것’ ‘그냥 그렇던데 왜 이리 우리나라에서 밀어 주는가 ㅋ’ 등 비판이 메인에 깔려 있다.

하지만 종반 무렵 여전사 이든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오토바이, 자동차, 헬기 추격전을 벌이는 25분여 장면은 근래 액션영화 장면 중 최고다.

2. 감염자 지대에 거주하고 있는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자 케인 박사 역이 누구인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 태엽 오렌지>(1971)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을 틀어 놓고 작가 부인을 겁탈하는 등 온갖 악질적 범죄를 자행한 알렉스 역의 맬컴 맥도웰이다. 1943년 6월 13일 영국 요크셔주 태생. 올해 65세.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혈기 방장한 그도 이제 고려장을 앞둔 노인이 됐다.

35살에 은막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 그레타 가르보의 행동이 그래서 존경스럽다. 배우가 늙어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죄악이다. 먹고 살 만큼 재산을 모았음 직한데도 ‘연기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TV와 은막을 휘젓고 있는 안 씨, 최 씨, 김 씨, 욕쟁이 김 씨, 강 씨들.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시길…. 본인은 토사구팽 당하지 않기 위해 38세 때 의원면직으로 광야로 나와 지금껏 10년째 맨땅에 헤딩하고 있으니 이런 말할 자격은 있다!

3. 감독 닐 마셜. <디센트>로 국내에 알려졌다. 1970년 5월 25일, 영국 아이네 출신. 보는 내내 화면으로 흡입시키는 연출력 내공이 대단하다. 그는 천재다! 이미 영화 업계지 ‘버라이어티’가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세계 10대 감독’으로 추천한 바 있다. 가수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피드 레이서>를 초라하게 만든 호쾌한 화면은 샘 매카시. 두 사람 모두 영국 영화계를 주도할 재능꾼이다.

4. 지구를 구한 여전사는 <터미네이터>의 린다 해밀턴,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 등을 들 수 있다.

<둠스데이 : 지구 최후의 날>에서 영국 육군 소령 이든 싱클레어 역을 맡고 있는 이든 싱클레어. 호리호리한 몸매에서 품어져 나오는 아크로빅 액션. 수컷의 보호 본능을 자극할 매력이 충분한 히로인이다. 그녀의 향후 출연작은 무조건 ‘Must-see movie’ ’Two Thumb-Up!’이다. 현재 2009년 공개 예정작 <언더월드 3>를 촬영 중이라는 소식.

5.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항체를 갖고 있는 여성과 탈출을 시도하는 이든을 잡기위한 공격을 시작하는 바이러스 감염자들. 이들이 영국 명품 자동차 벤틀리와 클래식 재규어에 탑승해서 고속도로에서 펼쳐주는 밀고 당기는 추격 씬.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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